빈집 점거

작년 8월 말, 한 일간지에 물가폭등에 항의하며 시작된 이스라엘의 텐트시위가 '스콰트(squat)'운동으로 번지고 있다는 뉴스가 실렸다. '스콰트'는 일종의 빈집점거다. 자신의 소유가 아닌 건물을 무단 침입해 점거하는 것은 엄연히 불법이지만 빈곤층의 주거문제에 대한 사회와 정부의 무관심, 무대책을 환기시키고 스스로 해결책을 찾는 이 운동은 도시빈민 주거운동으로 자리 잡았다. 근대적 의미의 무단점거는 1968년 영국에서 본격화되었는데, 그 덕분인지 유럽권의 국가에서 일어나는 무단점거운동은 낯설지 않다. 특히 문화영역의 '스콰트운동'은 공동화되어가는 구도심에 생기를 불어넣는 통로로 주목받고 있기도 하다.

 

우리나라에서도 '스콰트운동'이 있다. 2000년대 들어 주로 예술인들의 퍼포먼스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들이다. 그중에서도 대중들의 관심에 들어온 스콰트운동은 2004년, '오아시스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서울 목동 예술회관 사옥에서 감행된 퍼포먼스다. 이 건물은 한국예총이 짓다가 시공사 부도로 5년째 방치되어 있던 공간이다. '오아시스 프로젝트'에는 20대부터 40대까지 130명의 작가들이 몰렸다. 예술회관 사옥 점거는 주최측이 밝힌대로'작가와 작업공간 운영에 소홀한 예총과 당국에 경종을 울리는 작업'이었다. "예총의 봉쇄로 입주가 어려울 경우 건물 부근에서 항의 퍼포먼스와 페스티벌을 벌이겠다"던 이들의 점거 퍼포먼스는 뉴스에서도 몇 번 방영된 덕분에 대중들의 관심을 이끌어내는데 성공했다. 실제 이즈음에 이루어진 몇 개의 '스콰트운동'은 '예술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신념을 얻어내 한국 '스콰트운동'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얼마전만 해도 전주 구도심의 동문거리에는 방치된 건물들이 적지 않았다. 당시 문화계에서는 이들 빈공간을 예술인 창작실로 활용할 수 있게 하는 정책적 지원을 자치단체에 제안했었다. 시에서도 예술인 창작공간을 조성하고 지원하는 사업을 곧바로 추진했었으나 예산의 한계와 건물주들의 낮은 인식에 부딪쳐 실질적인 결실을 얻어내는데는 실패하고 말았다.

 

다행스럽게도 지금, 동문거리 일대에 젊은 예술인들이 모여들고 있다. 낡고 오래된 건물들은 여전히 불편한 환경이지만 높은 임대료 탓에 공간을 얻지 못하는 가난한 젊은 작가들에게는 그나마 눈여겨 볼 수 있는 조건이기 때문이다. 오래된 도시의 상징인 동문거리의 빈 공간들이 예술인들의 창작공간으로 채워지고 있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중요한 것은 이 흐름이 더 활기를 얻을 수 있도록 하는 일일 것이다. 시의 정책적 관심과 지원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