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유산 등재신청 누가 해야 하나

이병채 남원문화원장

 

대망의 2012년은 밝았지만 지구촌 곳곳에서 경제 환경문제를 비롯한 국가 간 갈등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는 구태를 벗지 못한 정치권의 기득권 세력을 비롯한 긴장감 등으로 고통을 면치 못하고 있다. 혹자는 이러한 위기 속에서 언제 자연의 문제를 고민할 수 있겠는가 라고 반문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자연의 문제는 곧 우리 인류의 문제임을 잊지 말아야한다. 물론 우리들이 지구차원의 커다란 문제를 고민한다 한들 당장 해결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큰 것이 아니라도 주변의 작은 것들을 돌아보는 한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사랑하며 사랑한 만큼 소중해진다」는 어느 시인의 말처럼 사람들은 자연의 신비를 보고 배우는 한해가 되었으면 한다. 특히 지리산은 마더마운틴 「어머니산」유네스코가 지정하는 세계복합문화유산등재를 위해 2008년부터 여수엑스포를 대비 지리산권 문화원장 협의회가 앞장서 동사업추진을 위해 지난해 구례, 산청에 이어 남원에서도 국제학술대회가 지난해 11월 18일 개최되었다.

 

일각에서는 지리산을 세계유산으로 등재하게 되면 어떠한 반사효과(이익)가 있느냐고 반문한 자들도 있다. 최근 제주도가 세계7대 명승지로 등재됨에 따라 일본으로 가는 중국을 비롯한 동남아 여행객들이 제주도로 몰려와 호황을 누리고 있다고 한다. 유네스코 유산은 과거로부터 물려받은 것으로서 현재 우리가 더불어 살아가고 미래 세대에게 물려주어야 할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러한 유네스코의 유산에 대한 정의에 비추어 볼 때 세계유산은 전 세계인이 공동으로 지키고 전승해야 할 유산 즉 현저한 보편적 가치와 세대 간 형평성 즉 지속 가능성을 갖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인류의 유산을 인류공동의 노력에 의해 보존하려는 노력은 제1차 세계대전 이후 태동되었으나 대규모전쟁과 개발 등에 따른 유산의 파괴 훼손 약탈을 방지하기 위한 유엔과 유네스코의 역활은 20세기 후반에 가시화되었다. 특히 1952년 이집트가 아스완댐 건설때 50여개 국가들이 모여 아부심벨신전을 수몰의 영향권으로부터 벗어난 지역으로 완벽하게 이전 복원하였다. 이 사업으로부터 힘입은 유네스코는 마침내 1972년 세계문화 및 자연유산 보호에 관한 협약을 채택 세계유산 등재를 시작으로 우리나라도 10건의 세계유산을 보유하고 있지만 복합문화유산 신청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구의 생명들은 삶의 공간을 빼앗겨 생존 자체를 위협받고 있다. 이러한 지구 차원의 문제를 인식하고 생태계를 공유하고자 하는 것이 제4세대의 인권 즉 생태권 인권(자연권)이다. 지구 생태계의 관점에서 볼 때 지구상에 생존하는 생명들은 모두 그 만큼의 가치를 지니고 있으며 공존을 통해서 균형을 이루어간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면 균형은 깨지게 마련이고 그 결과는 동·식물뿐 아니라 인류에게도 커다란 재앙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지리산은 1967.12.30 국립공원 제1호로 지정된 이래 40여 년 동안 일반인 출입을 통제하면서 국가가 직접 관리해 왔으며 우리나라 유일의 생태계의 보고로써 그 속에는 산사유적군(불교문화유적)을 포함해 사람이 살고 있다는 특수성 때문이다. 우둔한 사람이 머물면 지혜로워 진다는 지리산 특히 설악산에 들어가면 굶어죽어도 지리산에 들어가면 굶어죽지 않는다는 산이다. 또한 속세를 살아온 한국인들에는 무거운 짐을 벗어 던질 수 있는 하나의 탈출구 내지 해방구로 인식되어온 신령스러운 산이다. 동학농민군과 여순반란사건, 6.25한국 전쟁 때 퇴로가 막혀 기는 자들이 마지막으로 숨어 살았던 은둔지이기도 하다. 이상과 같은 자료들이 지난해 말 문화재청에 제출되었으므로 이제 등재신청을 위해 지리산권 3개도 5개시·군 지자체가 협의체를 구성 동업무추진에 나서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