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탄소섬유 생산공장 예정지(전주시 팔복동·동산동 일대)의 일부 토지주들이 도를 넘는 요구조건을 내걸었다. '보상가격이 기대에 못미친다'며 매수협의를 거부한 것 까지는 이해되지만, 이들이 전주시에 요구한 다섯가지 간접보상 방안은 비상식적이다.
보도된 내용에 따르면 토지주 모임체인 대책위 소속 토지주가 △토지주 4촌 이내 친척 취업 △공사장 식당 운영권 △공사장 일용직 취업 △수목 및 매립토 공급권 △청소 및 폐기물 처리권 등 다섯가지 간접보상안을 전주시에 제시했다는 것이다. 이중 '청소 및 폐기물 처리권'은 대책위가 회사를 설립해 30년간 처리권을 갖는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건 명백한 이권 개입 행위이다. 선거 때 당선되면 인사권과 인허가권, 사업권을 몇 %씩 나눠 받는 조건을 달고 돕기로 한 임실·순창군수 선거판과 다를 게 뭐가 있는가.
조건 제시는 효성그룹과 전주시의 다급한 상황을 이용한 것으로 보인다. 탄소섬유공장의 기공 승낙 댓가로 이권을 한 몫 챙기겠다는 것인데 치졸하다.
이런 황당한 조건은 법적으로 수용할 수 없다. 도덕적으로도 비판 받아 마땅하다. 상대방의 약점을 잡아 이익을 취하려는 것은 조폭들이나 하는 짓이다. 토지 보상가격이 낮으면 합법적인 절차를 밟아 적정 보상비를 확보하는 게 상식이다.
지금 전주 탄소섬유 생산공장 예정 부지의 기공 승낙률은 70% 대에 이른다. 많은 토지주들이 대승적 차원에서 기공 승낙의 결단을 내린 결과다. 또 탄소섬유 공장이 원활히 착공되기를 갈망하는 이른바 '탄소기부'도 계속되고 있다.
기공 승낙과 탄소기부 행위는 모두 탄소섬유공장이 유치된 뒤의 기대효과와 전주시의 발전을 염원하는 데서 나오는 아름다운 마음씨의 발로일 것이다.
이런 와중에서 상대방의 악점을 잡아 이권을 챙기려 하는 이같은 조건을 전주시가 수용해선 안될 일이다. 전주시는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길뿐만 아니라 조폭의 불법적인 요구를 수용하는 것과 마찬가지 행위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일고의 가치도 없는 제안이다.
전주시는 아무리 어렵더라도 법과 절차를 벗어나선 안된다. 나아가 농지법 등을 위반한 사례가 있다면 당연히 의법 조치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행정이 불법을 조장한다는 비판을 들을 것이다. 사안이 급하다고 해서 적당히 타협한다면 더 큰 화를 자초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