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애환과 일상의 삶 소재 느림의 미학 갈파

김영진 시인 '타지마할의 눈물'

운암대교 바로 지나 오른편에 / 낡아가는 옛날 국시집 / 붓으로 뽄새를 내어 써 놓은 차림표 / 옛날 국수, 우동, 만두, 찐빵, 오뎅 / 국수는 한 사발, 한 그럭에 이천원이다 / 따뜻한 멸치국물에 말은 한 그럭을 / 나무젓가락에 건져 훌훌 마시면 / 얼었던 몸이 애애하게 풀리고 / 멈췄던 피가 돌기 시작한다 / …

 

익산 출신의 김영진 시인이 낸 시집'타지마할의 눈물'(태학사 발행)에 수록된'옛날 국수집'에 시인의 특성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이지엽 시인(경기대 교수)은 이 시를 두고 백석 시인의 '국수'에 필적할만한 작품이라고 시평을 통해 극찬했다. 단번에 뚫리는 시적 쾌감이 있으면서도 사투리의 묘미가 한결 운치 있게 정감을 불러일으킨다고 했다. 인도의 타지마할과 아우슈비츠 수용소 등에서부터 가야산, 처용가, 금강, 부안 채석강 등에 이르기까지 역사의 애환과 산이나 일상의 삶을 소재로 느림의 미학을 갈파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