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짓던 판화가가 남기고 간 치열한 삶의 이야기

故 지용출씨 특별기획전, 롯데갤러리 광주점서 내달 15일까지…'흙의 속뜰에서 피다' 테마로 90년대 중반 작품부터 60여점 전시

▲ 故 지용출 씨

2년 전 불의의 교통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판화가 고 지용출씨. 농부 화가로서 치열한 삶을 살다간 그의 삶과 작품들을 지역 화단은 잊지 않고 있다. 아니, 오히려 더욱 그리워 하는 것 같다.  1주기인 지난해에는 전북민예총과 전북민미협 등이 나서 한국소리문화의 전당에서 고인을 기리는 유작전을 가진 데 이어 이번에는 광주에서 재조명된다.

 

 

▲ ▲ 지용출 作 '개발지구'

 

▲ ▲ 지용출 作 '파꽃과 더덕'

 

▲ ▲ 지용출 作 '노인'

롯데갤러리 광주점이 다음달 15일까지 약 3주간에 걸쳐 신년특별기획전으로 고 지용출 판화가의 작품을 초대했다. '흙의 속뜰에서 피다'는 테마로 진행될 유작전에는 90년대 중반 작품부터 작고하기 전 '소나무'작품까지 60여점을 만날 수 있다.1963년 충북 괴산 출신의 작가는 작고 전까지 10여년간 김제에서 농사를 지으며 판화작업에 몰두했다. 94년 전주로 이주해온 후 전북민미협 회장 등을 역임했던 작가는 민중미술 활동을 주도하기도 했다.

 

작가는 생전에 문화저널에 기고한 글에서(2010년 3월호) "농사를 행복한 노동이라고 한 것은 노동의 대가가 순수하고 정확하다는 뜻이다. 뿌린 만큼 거두어들인다는 지극히 당연한 명제가 오히려 나를 행복하게 한다"며, 새기고 파는 판화 작업과 씨부리고 수확하는 농사를 가치있는 것으로 규정했다.

 

고인은 초기작인'효자동 시리즈'를 통해 도시 개발이 낳은 부작용을 꼬집었고, 한 때 부안에 살면서 비릿한 바다내음과 고된 어민들의 일상을 그려냈다. 이후 90년대 후반에는 말린 무청이나 갯벌의 낡은 판자, 늙은 호박, 탱자나무, 잠자리 등 일상의 소소한 소재를 통해 농촌 생활의 묘미를 담아냈다. 2000년대 들어서는 전주의 역사와 그 궤를 같이해온 사적지를 소재로 지도 그리기 작업으로 주목을 받았으며, 이후 작고 전까지 주로 나무를 소재로 나무가 있는 풍경들에 집중했다.

 

갤러리 큐레이터 고영재씨는 "사각러기는 바람소리를 담은 나무, 수호신처럼 마을 어귀를 지켜온 당산나무, 청아한 농촌의 대기 사이로 유연하게 마을 채우는 소나무 숲 등의 작품에서 농익은 칼맛과 정갈함이 작고의 아쉬움을 더욱 배가시킨다"고 평했다.

 

△고 지용출 판화유작전 = 2월 15일까지 광주 롯데갤러리(광주은행 본점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