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있어 위로받지만 음악 때문에 철저히 소외될 때가 있다. 그럴 때 의지할 상대가 있다는 것은 대단한 축복. 31일 첼로 독주회를 갖는 백희진(48·단국대 교수)씨와 언니 백희영(50·전북대 교수)씨가 그런 관계다. 두 자매가 피아노와 첼로를 시작했던 건 엄마의 권유였으나, '끈기'가 현재의 그들을 있게 만들었다.
예원학교, 미국 줄리어드 음대에서 학사·석사를 거친 이들 자매는 보기 드물게 '음악 영재 코스'를 밟았다. 무엇이든 빠르게 익히고 '똑' 부러지게 의사 표현을 할 줄 아는 언니 희영씨와 다소 느릿느릿하고 말수도 적지만 첼로와는 깊은 교감을 할 줄 아는동생 희진씨는 "서로 다른 성격이 잘 보완되는 소중한 음악적 동반자".
매년 여는 독주회가 전주로 이어진 것은 외할아버지 연고가 전주인 데다, 1980년대부터 전북대 교수로 와 있는 언니 희영씨 때문이다. 특히 전북에 첼로 연주자가 드물다는 점에서도 의미를 찾았다.
20세기 전후 러시아 작곡가들의 곡들로 추린 무대. 글라주노프의 '음유 시인의 노래', 쇼스타코비치의 '첼로와 바이올린을 위한 소나타', 쇼스타코비치의 그늘에 가려졌던 프로코피예프의 '첼로와 바이올린을 위한 소나타' 등을 연주한다. 희영씨는 "서로 '척하면 척'이지만, 모든 무대는 늘 새롭기 때문에 섬세하게 마음을 조이고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리허설에서 희진씨는 "언니가 피아노를 너무 꽝꽝 쳐서 첼로 소리가 죽는다"고 짚었고, 희영씨는 "연주할 때 숨소리가 너무 크다"고 애정어린 조언을 했다. 희진씨의 깊이 있고 묵직한 현의 울림에 희영씨는 분주하게 피아노 건반을 누비면서 호흡을 맞출 듯. 끝 모를 화려함을 과시하던 이전 연주보다 절제된 원숙미가 묻어나는 무대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 백희진 첼로 독주회 = 31일 오후 7시30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연지홀. (주)부암아트 주최. 문의 02)391-9631. www.buamar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