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공장의 고용인원은 4100명, 협력업체에 종사하는 인원도 30개 업체에 1100명이다. 자치단체에 내는 세금이 연간 70억원이다. 직·간접적인 지역기여도는 이보다 훨씬 클 것이다.
현대자동차가 이곳에 순탄하게 둥지를 튼 데에는 단체장의 의지와 주민들의 협력이 컸다. 1993년 무렵이던가, 당시 이승 완주군수는 단 3일만에 공장 허가를 내주었다. 고용과 소득, 지역이미지에 크게 기여하리라는 판단에서였다.
하지만 농지 관련 부서에서는 저항이 컸다. 여러 이유를 대면서 제동을 걸었다. 이 군수는 으름장을 놓기도 했고 서류뭉치를 과장한테 내던지기도 했다. 이런 곡절 끝에 사흘만에 허가가 났다. 요즘으로 치면 원스톱서비스인데, 당시에는 이런 개념도 없었고 오히려 권한을 즐기던 시절이었으니 파격이었다.
이럴 때 기업은 감동하기 마련이다. 당시 전성원 현대자동차 사장은 공·사석에서 이 사례를 들며 '공장하기 가장 좋은 곳이 전북 완주'라고 치켜세우곤 했다. 지역의 이미지까지 업그레이드됐다. 단체장의 의지가 이러니 부지매입도 순조로웠다.
가장 먼저 기업도시가 된 울산은 지금 16개 광역자치단체에서 소득수준이 제일 높다. 활력이 넘친다. 충남 아산신도시와 경기 파주신도시도 마찬가지다. LCD에서 세계 1,2위를 다투는 삼성전자 탕정산업단지와 LG필립스 LCD단지가 들어선 곳이다.
(주)효성이 전주 팔복동·동산동 일원에 탄소섬유공장을 짓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6월이다. 1조2000억원을 투자하는 매머드 프로젝트다. 탄소섬유는 부가가치가 높은 미래 신소재다.
그런데 일부 토지주 반발이 계속되고 있다. 연말 안에 착공하겠다는 계획도 해를 넘겼다. 뒤늦게 막차 탄 토지주, 대토(代土)할 여건이 안되는 토지주, 보상비가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토지주 등이 선뜻 동의할 리 없다. 개중에는 얼토당토않는 황당한 조건을 내건 토지주도 있긴 하다.
하지만 토지주 반발 탓만 하는 건 너무 무책임하다. 토지주 반발은 예견된 것이다. 이런 때 어떻게 할 것인지가 능력이다. 다양한 수단과 방법, 기술적인 조치 등이 강구돼야 하고, 때로는 강하게 밀어부치는 뚝심도 필요하다. 어르고 달랠 필요도 있고, 법으로 다스릴 위엄도 있어야 한다.
이런 일을 소홀히 해놓고 효성측에서 문제제기를 하자 전북도와 전주시가 뒤늦게 법석을 떨고 있다. 전북도는 지난해 투자협약 체결한다고 갑작스레 사람 불러모아 사진 찍고 홍보했다. 그런 열정이라면 토지주 협의도 진작 끝냈어야 했을 터이다. 닥쳐서야 호들갑을 떠는 건 아마추어들이나 하는 행태다.
기업한테는 시간이 돈이다. 탄소섬유 선두주자인 일본 도레이그룹은 지난해 6월 경북 구미 국가산단에서 기공식을 갖고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연간 2200톤 규모로 2013년부터 생산에 들어간다. 생산규모와 시기가 (주)효성의 그것과 비슷하다.
도레이와 경쟁해야 할 (주)효성으로선 다급할 수 밖에 없다. 이럴진대 기업한테 감동을 주기는 커녕 연말내 착공 약속도 지키지 못하면서 무슨 기업유치를 한다고 떠들어대는지 모르겠다. 오겠다는 기업도 가로막는 꼴이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
탄소공장이 제대로 착공되길 기원하며 2000만원씩 내놓은 익명의 기부자가 있었다. 토지주들도 이런 심정을 헤아릴 줄 알아야 한다. 대승적 안목이 있어야 지역이 발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