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읍 세계화원관광 대표 유모씨(53)의 정·관계 인사 로비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경찰의 수사태도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초동수사에서 헛점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 사건은 당초 경찰 간부들이 로비 대상자 명단에 포함돼 있다는 소문이 나돌면서 경찰이 과연 제대로 수사를 할 수 있겠는가 하는 의구심을 불러일으켰었다.
그러던 차에 세계화원관광 대표 유씨가 전문가를 통해 회사 컴퓨터에 저장된 주요 파일을 삭제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된 것이다. 증거인멸을 시도한 명백한 정황으로 볼 수 있다.
전북지방경찰청은 지난 16일 법원으로부터 압수영장을 발부 받아 유씨의 사무실 컴퓨터 하드디스크에 저장된 '로비 명단' 파일의 복사본을 압수했다고 밝혔었다.
그러나 다음날인 17일 유씨는 컴퓨터 전문가를 불러 컴퓨터 본체의 나머지 파일을 삭제했다. 경찰이 확보한 로비 명단 외에 상시적으로 전달한 금품 목록이나 비자금이 적혀 있을 수도 있는 파일을 통째로 지워버린 것이다.
이 사건은 관광회사가 유력 인사를 대상으로 로비하면서 관광사업을 수주해 왔는지가 핵심이다. 이 과정에서 업무 관련 대가성 로비 여부를 살피는 것이 수사의 촛점이다.
그렇다면 이에 관한 증거 확보 차원의 컴퓨터 본체를 압수했어야 했다. 그런데도 로비명단 파일의 복사본만을 압수했고 그마저 전체가 아닌 일부 파일만 복사해 가져갔다.
유씨가 전문가를 불러 나머지 파일을 통째로 지워버린 것은 이 파일이 수사와 관련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경찰 수사를 피하기 위해 꼭 삭제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 문건일 수도 있고, 단순 선물 차원의 로비가 아닌 핵심 로비대상자 명단과 대가 현황이 들어있을 수도 있다.
초동수사를 소홀히 하면 증거인멸이나 입 맞추기 등 수사 무력화가 시도되리라는 것은 상식이다. 사안의 중대성이나 증거인멸의 우려가 높았던 만큼 신병을 먼저 확보했어야 했다. 형사소송법에 나와 있는 기본이다. 그런데도 경찰은 이런 기본적인 의무를 소홀히 했다. 고의는 아니었다 할 지라도 경찰이 초동수사의 기본을 소홀히 한 책임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이 사건은 도민들이 커다란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 더구나 경찰 간부들이 로비대상자 명단에 들어있지 않던가. 이럴수록 공명하고 엄격하게 수사해야 한다. 앞으로라도 철저히 수사하길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