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부터 한나라당 안팎에서 떠도는 공천 살생부에는 38명의 공천 부적격자와 4명의 예비 부적격자 등 모두 42명의 현역의원 이름이 거론됐다. 지역별로 서울 12명 경기 12명 인천 5명 영남권 13명 등이다. 수도권은 초·재선이 주로 거명됐고 텃밭인 영남권은 대부분 다선 중진이 많았다. 전직 당 대표도 3명이 포함됐다. 당에선 살생부 자체를 공식 부인하고 있는데다 출처불명의 문건이어서 신뢰할 수는 없지만 명단이 너무 구체적이고 그럴듯해서 문건을 본 현역의원들도 깜짝 놀랐다는 후문이다.
한나라당에선 이미 현역의원 25% 물갈이 방침을 정한데다 당 비상대책위원회에서는 50% 교체를 공식 거론하고 있어 당내 분위기가 흉흉한 실정이다. 일부 의원들은 공천탈락자 선정을 위한 현역의원 여론조사가 진행된다는 소문에 급히 지역구로 내려가는 소동도 벌어지고 있다는 것. 일부는 지역구 당원들에게 여론조사 응답때 한나라당은 지지하지 말고 의원만 지지한다고 답하라는 이상한(?) 지시도 내려졌다는 촌극도 빚어지고 있다.
민주통합당 분위기도 마찬가지다. 어제 공천심사위원장으로 강철규 우석대 총장이 임명되면서 대대적인 개혁공천이 예견된다. 대표적인 원칙주의자로 통하는 강 총장을 한명숙 대표가 선임한 것은 대폭적인 인적쇄신과 물갈이를 통한 공천혁명을 이루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되기 때문이다. 당 산하 정책연구기관인 민주정책연구원에서도 3선이상 다선 의원에 대한 물갈이 방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일각에선 '호남 학살 프로젝트'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18대 총선에선 '공천 특검'으로 불리는 박재승 변호사를 공심위원장으로 내세워 호남 현역 30% 물갈이를 단행했었다. 당시에도 '호남 살생부'라는 괴문서가 나돌면서 '공천괴담'이 확대 재생산되는 등 큰 파장이 일었다. 공천괴담은 결국 사실로 확인되면서 불출마를 선언한 김원기 전 국회의장 외에 초선의원 3명이 공천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국회의원 선거철마다 떠도는 공천 살생부에 현역 의원, 특히 인적쇄신 대상으로 거론되는 다선 중진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