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선수서 지도자로 대성 '인생역전'

설날대회 최우수감독상… 장수한우씨름단 권문호 감독

장수한우씨름단 권문호 감독(45·사진)은 요즘 유명세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선수 시절 무명에 가깝던 사람이 지도자가 돼 단박에 전국적인 명성을 얻으며, 전북 씨름의 도약을 앞장서 지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최근 군산월명체육관에서 열린 '2012 설날장사 씨름대회'에서 최우수 감독상을 받았고, 이에 앞서 '2011 추석장사 씨름대회'에서도 최우수 감독상을 받았다.

 

감독을 포함, 총 10명으로 구성된 장수한우씨름단이 창단된 것은 채 2년도 되지 않는다.

 

서울 동작구청이나 대상 등 전국 20여개 씨름단이 군웅할거의 형국으로 난립한 가운데, 일개 군단위 씨름팀이, 그것도 창단된지 만 2년도 되지 않아 전국무대를 휩쓸면서 전북은 물론, 전국의 씨름인들이 권문호 감독을 관심있게 바라보고 있다.

 

장수 산서가 고향인 권 감독은 산서중학교 시절 씨름을 시작, 정읍농고를 거쳐 실업팀에서 선수 생활을 했으나 뚜렷한 성적을 내지 못했다. 이후 그는 남원교육청 순회코치, 정읍농고 코치 등을 지냈지만, 역시 크게 빛을 보지 못했다. 하지만 그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지난 2010년 장수군청이 '장수한우 씨름단'이란 씨름부를 창단하면서 지역 출신인 권문호를 감독으로 전격 영입한 것이다.

 

전국 최강자의 자리에 올랐던 지도자들이 즐비한 씨름판에서 '권문호'란 이름은 그때만해도 보이지도 않았다.

 

하지만 선수와 지도자의 자질은 전혀 달랐다. 선수로선 전국무대를 호령하지 못했으나, 지도자로선 권문호는 두각을 나타내시 시작했다.

 

무명이어서 워낙 찬밥을 많이 먹어봤고, 선수들의 고충을 잘 알았기에 그는 기존 지도자와는 전혀 다른 길을 걸었다. 아직 빛을 보진 못했어도 잠재력이 뛰어난 선수를 찾아내 데려왔고, 선수들과 숙식을 함께 하면서 동질감을 키워갔다.

 

창단한지 얼마안됐기에 연습장이 없었던 장수한우씨름단은 신흥고, 전주대 등지를 찾아다니면 연습을 거듭했고, 풍찬노숙을 거듭하면서 지도자와 선수는 강한 유대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 대미는 지난달 21일부터 24일까지 군산에서 열린 설날장사씨름대회였다.

 

금강급 안태민 선수가 장사에 오르고, 태백급 정진환과 한라급 박정의 선수가 각각 2품에 오른 것이다.

 

안태민의 금강장사 등극은 매우 강한 인상을 남겼고, 권문호 감독은 최우수 감독상과 특별상을 받았다.

 

전국 씨름인들이 총출동한 이번 대회에서 신생팀 장수한우씨름단이 뭔가를 보여준 것이다.

 

창단 첫해인 2010년 굵직한 전국대회에서 2위, 3위를 잇따라 하더니 지난해에는 박정의가 증편인삼배 씨름대회에서 1위를 차지하면서 그 가능성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곤 마침내 이번에 뭔가를 보여줬다.

 

흑룡의 해인 올해 권문호 감독의 꿈은 단체전 종합우승이다.

 

권 감독은 "솔직히 전국 4강권에 들어있다고 판단하고 있는데, 선수나 지도자들이 더 겸허한 자세로 노력하면 올해안에 기적을 일궈낼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지역 주민들의 관심도 높고, 관리기관인 장수군의 후원이 두텁기에 충분히 가능하다는 거다.

 

이를 통해 전국에 장수한우를 널리 알리고 싶다는 권 감독의 꿈이 앞으로 어떻게 피어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