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 휴식처이자 한옥마을 주민의 마당과 같은 역할을 했던 경기전을 유료화한다는 전주시 정책제안이 있으면서 찬반논란이 일고 있다. 누구라도 오랫동안 무료로 사용하던 공간에 어느 순간부터 돈을 내고 들어가야 한다고 하면 정서적 거부감이 생기기 마련이다. 시민들과의 정서적 교감과 이해를 구하지 않고 조례부터 추진한 전주시의 업무처리도 한몫을 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제는 경기전 관람료 징수에 대한 이성적 판단을 해야 할 때다.
경기전 유료화에는 크게 세 가지의 쟁점이 있다.
첫째, 국립공원과 같이 공공공간에 대해 무료화가 추세인데 왜 경기전에 관한 정책은 거꾸로 가는 가이다. 많은 국민들이 문화재를 보기 위해서 산에 가는 것이 아닌데도 국립공원 입구에서 문화재 관람료 명목으로 국립공원 입장료를 받는 것에 대해 불만을 제기해 왔다. 정부는 결국 2007년 자연공원법을 개정하여 국립공원 입장료 제도를 폐지하였다. 하지만, 국립공원 입장료 폐지가 국립공원 안에 있는 문화재 관람료 폐지로 이어진 것은 아니다. 국립공원 내에 있는 공원문화유산지구에 들어가려면 여전히 관람료를 내야 한다. 즉, 문화재 관람은 선택적 기호라는 측면에서 모든 사람이 아닌 이용자가 부담하도록 정책이 전환 된 것이다. 또한, 문화재보호법 제49조는 국가지정문화재를 공개할 경우 관람자로부터 관람료를 징수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둘째, 경기전이 관람료를 낼 정도로 가치가 있는가에 대한 논란이 있다. 경기전과 유사한 기능을 하는 대표적인 공간으로 서울의 종묘를 들 수 있다. 종묘는 조선시대 왕과 왕비의 신주를 모신 곳이고, 경기전은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의 초상화와 시조의 위패를 봉안한 곳이다. 현재 종묘는 1,000원의 관람료를 받고 있지만 종묘가 관람료를 받을 만큼 가치가 있는가에 의문을 표시하는 사람은 없다. 경기전 유료화를 위해서는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유료화를 위해 인위적으로 콘텐츠를 확충하는 것은 문화재의 본래 가치를 더 떨어뜨리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경기전은 전국에 유일하게 태조어진과 정전 및 조경묘가 있는 역사적 공간이며, 그 가치에 대해 우리 스스로가 인식을 바꿔야 할 때이다.
셋째, 유료화를 통해 얼마 벌지도 못하면서 괜히 전주의 이미지만 나빠질까 염려하시는 분들이 많다. 한옥마을을 찾는 관광객이 2006년 100만명을 넘은 이후로 2011년 409만명에 이르렀다. 더 많은 사람이 경기전을 찾으면서 경기전의 관리와 보존에 더 많은 비용이 투자되고 있다. 청원경찰 6명과 환경정비원 2명을 포함해 무인자동경보기 32개소, CCTV 16개소 등 최근 2년간 경기전 관리비로 10억원이 넘게 들어갔다. 유럽이나 가까운 일본과 중국만 해도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역사유적지를 유료화해 문화재 보호뿐만 아니라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있다. 전주시도 경기전 관람객의 80%이상이 외지 관광객인 점을 고려하면 한해 10억원 정도의 수익이 예상된다.
그렇다고 경기전 유료화가 문화재 보존을 위해 가장 적합한 제도는 아니다. 경기전의 문화재적 가치에 대한 인식전환과 관람태도의 개선도 필요하다. 하지만, 정부의 문화재관련 예산이 전체 예산의 0.1%에 불과하고 문화재의 관리비용을 지방자치단체가 책임지는 현재의 정책에서는 관람료 징수가 문화재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장치가 될 수 있다. 지금과 같이 관람객의 급증으로 인한 관리비용의 증가를 전주시민의 세금으로 충당할 것인지, 아니면 이용자가 부담하도록 할 것인지 결정해야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