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첫삽…전주 탄소 메카 견인한 5인방

당신들이 산업지도를 바꿨다

 

지난 8일 (주)효성의 탄소섬유 양산화공장이 들어설 전주친환경첨단복합산업단지 3-1단계 착공식이 열렸다.

 

전주시가 65만 시민에게 '100년의 먹을거리'로 상징되는 탄소산업 메카를 향해 큰 걸음을 내디딘 것이다. 탄소산업 기획에서부터 연구개발, 효성 유치, 산업단지조성까지 고비고비 돋보인 활약을 펼친 이른바 '탄소 5인방'이 있다.

 

 

첫 발상에서 기술개발까지

 

△강신재 원장= 전주기계탄소기술원을 지휘하는 강 원장은 전북에서 '탄소산업'을 최초로 추켜든 인물이다.

 

전북대 기계설계공학부 교수인 그는 2002년부터 도내 저부가가치 산업구조를 바꿀 마음을 먹는다. 강 원장은 부품소재산업에서 길을 찾고 '탄소섬유'에 주목한다. 이어 그는 전주시 팔복동에 탄소섬유 원천개발을 위한 공간을 확보한다. 그 뒤 효성과 공동기술개발을 통해 시험생산에 성공한다. 2010년에는 연간 150톤의 중성능 탄소섬유 개발을 완료하는 쾌거를 이룬다.

 

강 원장은 "지역의 패배의식과 무력감을 극복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며 "김완주 도지사와 송하진 전주시장의 지원으로 좋은 성과를 냈다"고 말했다.

 

 

전국 유일의 탄소산업과장

 

△최락휘 과장= 전주시 신성장산업본부의 최락휘 탄소산업과장의 직함은 전국 유일이다.

 

그가 탄소에 인연을 맺은 지는 햇수로만 10년. 1~2년 주기로 공무원이 이동하는 관행을 깬 대목은 최 과장의 존재감을 역설적으로 웅변한다. "최 과장이 없었다면 '탄소 메카'의 꿈도 뭇꿨다"는 게 송하진 시장의 평가다. 최 과장은 경남 창원소재 항공기부품 회사 (주)데크를 전주로 끌어오고고 탄소섬유개발을 위한 탄화파일롯시설을 발주한다.

 

2010년 19991억원 규모의 전주탄소벨리 사업을 국가사업으로 이끈 뒤 지난해 3월 중성능(T700급)섬유개발을 개발해 효성이 다른 곳에 공장을 짓고 싶어도 그렇게 못하도록 쐐기를 박는다.

 

 

막전막후 역할에 뚝심까지

 

△조지훈 의장= 조 의장은 8일 착공식에서 '전주여, 일어나라'는 구호를 삼창한다. 찬 바람에 함박눈이 내렸지만 그의 얼굴은 붉게 상기됐고 목소리는 가늘게 떨렸다. 보람과 회한이 교차해서다.

 

미래 산업을 고민하던 그는 2005년 부품소재산업에 주목한 뒤 탄소산업 전도사가 된다.

 

이후 조 의장은 효성 공장 입지를 고민하던 김완주 도지사와 도청 간부들을 막후 설득, 전주에 둥지를 틀게 한 공로가 크다. 효성 관계자와는 '말술'을 마다하지 않고 임원진을 '구워삶아' 두 손 두 발을 들게 했다는 후문도 있다.

 

조 의장은 특히 탄소 산업단지 토지주들에게 고발을 당하면서까지 땅 주인에게 효성 유치 서한을 보내는 뚝심을 발휘한다.

 

 

세계 유례없는 '탄소 기부'

 

△탄소 천사=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었던 일이 1월 12일 전주에서 일어났다. 한 시민이 효성 공장 착공을 기원하며 토지주를 위해 써달라고 2000여만원을 놓고 사라진 것이다. 당시 토지주들은 대책위를 구성해 보상가에 강력 반발하고 있던 상황. 이 소식이 전해지자 시민들의 성금이 줄을 이었고 분위기가 반전돼 기공을 승낙한 지주들이 급증했다.

 

더구나 이날은 송 시장과 조 의장이 효성 관계자와 서울에서 저녁식사를 한 날로 '얼굴 없는 탄소 천사' 이야기를 들은 효성 임원들이 감동해 '전주시만 믿겠다'는 입장을 내놓는다.

 

12년째 선행을 이어온 노송동 얼굴 없는 천사에 이은 탄소 천사의 등장은 '기부도시' 이미지와 함께 기업들이 전주를 보는 시각을 180도로 바꿔놓게 된다.

 

 

원칙과 열정의 리더십 부각

 

△송하진 시장= 음악으로 치면 송 시장은 '탄소 메카'를 연주하는 오케스트라 지휘자다.

 

효성의 성공적 유치를 지켜본 도민들은 송 시장이 부드럽지만 강한 리더십을 보여줬다고 입을 모은다.

 

송 시장은 '원칙'과 '열정'의 두 수레바퀴로 난관과 고비를 넘는다. 실제 그는 보통 2~3년씩 걸리는 토지 관련 절차를 단 몇개월만에 끝냄으로써 향후 전주에서 있을 각종 토지 보상 업무의 신모델을 세운다.

 

전주의 산업지도를 바꾸는 역사를 시민들과 함께 해 너무 기쁘다는 송 시장은 이날 탄소벨리 국가사업 지정을 주도하고 토지주들을 직접 만나 설득에 나섰던 김완주 지사에 대한 고마움을 여러 차례 언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