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떠날 바엔 깨끗이 손씻어라

민주통합당이 그제 9개 항목의 공천심사 기준을 확정했다. 공천심사 배점과 배제, 현역의원 평가, 경선후보자 압축, 여성· 장애인· 청년 등에 대한 가점 등이 그러한 것들이다.

 

다른 어느 때보다도 세분화된, 민주적인 기준으로 평가할 만하다. 민주통합당은 이 기준을 밝히면서 "공천권을 국민들에게 돌려주는 희망공천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공정하고 엄격한 운용이다. 이것이야 말로 공천 성패의 가늠자가 될 것이다. 민주통합당은 여러 세력이 화학적 결합을 한 상태이고 자기 사람 심기와 세력 불리기가 노골화될 개연성이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그런데 벌써부터 전주 덕진 선거구가 시끄럽다. 정동영 의원이 자신의 선거구였던 전주 덕진의 공천 후보로 유종일 민주통합당 경제민주화특위위원장(54. KDI교수)을 거론했다. 정 의원은 지난 11일 밤 당직자 30여명을 지역위원회 사무실로 불러 "내 후임이니 (유종일 위원장을) 도와달라"고 요청했다는 것이다.

 

당 지도부의 결정이라면서 그런 말을 했다는 것인데, 특정인 지지요청이 사실이라면 당 차원의 공천 기준과 운영 원칙을 깔아뭉갠 처사가 아닐 수 없다. 말로는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주겠다고 하면서 내적으로는 특정인을 공천하기 위한 '작업'을 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유종일 위원장을 폄훼하려는 생각은 추호도 없다. 공천절차와 기준을 민주적이고 공정하게 운용할 때 제대로 평가받는 법인데 정 의원은 이런 기본적인 원칙마저 훼손하고 있다는 것을 지적하는 것이다.

 

공천경쟁률이 5대1에 이르는 상황에서 특정 인물을 자신의 후임으로 내세우고 지지를 부탁한 것은 명백한 불공정 행위다. 국민에게 공천권을 주겠다는 방침에도 어긋난다. 해당 행위나 마찬가지다.

 

지역민심과는 상관 없이 자신의 입맛대로 국회의원 후보를 선택한다는 것은 오만하고 안하무인 격 발상이다. 대선 후보까지 지낸 정 의원이 이런 소인배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더 크게 성장해서 전북과 대한민국을 대표해도 시원찮을 터인데 골목대장 노릇이나 자처하고 있으니 한심스럽다.

 

정 의원은 서울 강남 을로 선거구를 옮겼으면 덕진 선거구에 대한 미련은 버려야 옳다. 그것이 대의다. 공천절차의 공정성과 민주성은 어떤 명분으로도 훼손돼선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