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뿐인 학교주변 '유해업소' 제한

도교육청 행정심판위, 관할청 금지처분 무시 허가…청소년들 탈선·범행 부추겨… 관련법 개정 필요

학교 주변 유해환경이 청소년들의 탈선과 범행의 온상이 되고 있음에도, 당국의 안일함과 관련법의 허술함을 틈타 학교 주변에 다양한 유해시설이 늘고 있다.

 

도교육청에 따르면 최근 3년간(2009∼2011년) 교육행정심판위원회에 학교정화구역 내에 유해시설이 들어서도록 해달라며 총 18건의 재심의가 청구됐고, 이중 9건이 구제를 받아 학교 인근에 들어설 수 있게 됐다.

 

학교보건법 제6조에는 학교 출입문으로부터 직선거리로 50미터까지 절대정화구역, 학교경계선으로부터 직선거리로 200미터까지 상대정화구역으로 설정돼있다.

 

여기에는 PC방·노래방·유흥주점·숙박업소 등의 유해시설이 금지되지만, 상대정화구역에서는 관할 교육청 학교환경위생정화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들어올 수 있다.

 

이 같은 관련법의 예외규정을 비집고, 다양한 유해시설이 학교 주변에 마구잡이로 들어섬으로써 학생들의 보다 쾌적한 학습권을 파괴하고 있다는 게 문제라는 것.

 

특히 도교육청 교육행정심판위원회는 해당 학교 인근 환경을 잘 아는 관할 교육청의 금지처분을 무시한 채, 유해업소들의 재심의 청구를 상당부분 받아 들이고 있다.

 

실제 지난해 5월 임모씨(37)는 군산 모초교 인근에서 PC방을 운영하기 위해 관할 교육청에 학교환경정화구역 내 금지 시설 해제를 신청했으나 거부 당했다.

 

하지만 이에 불복해 도교육청 교육행정심판위에 재심을 요청했고, 받아들여져 영업을 할 수 있게 됐다. 행정심판위는 PC방이 주변 환경을 고려할 때 교육 환경에 유해함이 적고 이에 반해 임씨가 영업을 하지 못해 입는 피해는 크다며 인용재결했다.

 

이경자 공교육 살리기 학부모연합 상임대표는 "심의를 한 관할청 의견을 묵살하는 사례는 전국적으로 빈번하다"며 "정화구역을 정했으면서 빠져나갈 수 있는 별도 심의 조항을 넣은 관련법이 개정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내부인사와 법률가가 포함된 외부인사로 구성된 행정심판위는 별도의 외압을 받지 않고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심사한다"며 "사안별로 판단이 다르게 난 것 뿐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