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엿들을 수 있다

'보안 사각지대'경찰·소방 무전망(상) - 경찰 무전주파수 20여년째 그대로

경찰의 무전망이 수시로 감청되는 등 '구멍' 뚫린 경찰의 무전망에 대한 보완책 마련이 시급하다. 게다가 소방당국의 무전망도 경찰과 동일, 아마추어 무선인들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무전망에 침투할 수 있는 소지가 다분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부 견인차량 업자들이 경찰의 무전을 감청해 이를 돈벌이로 사용하는 등 두차례에 걸쳐 무전망 실태를 진단하고 이에 대한 개선책을 점검해봤다.

 

 

지난 20일 교통사고 현장에 빨리 도착하기 위해 불법 개조한 휴대용 무전기로 경찰 무전망을 감청한 일당이 붙잡혔다. 최근 4년 동안 도내에서만 벌써 다섯 번째다. '구멍 난 무전망'은 비단 경찰의 문제만은 아니다. 도내 소방 무전망에 대한 감청 적발 건수는 적지만 안전지대는 아니라는 게 렉카차량 관련 업계의 설명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 업계에서 경찰·소방 무전망의 주파수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공공연한 비밀'이 된지 오래다. 양심상 안 하고 있을 뿐이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감청할 수 있다"며 빈틈 투성이인 무전망 실태를 꼬집었다.

 

이처럼 도내 경찰·소방 무전망에 대해 불법 감청이 성행하는 데는 이들 기관이 사용하는 무전주파수가 수 십 년 동안 변치 않은 것도 한 몫하고 있다.

 

이들 기관에서 사용하는 무전주파수(아날로그 방식(VHF))는 특정 구간의 주파수에 고정된 채 20년 가까이 그대로 사용되고 있다. 따라서 개인이 가지고 있는 무전기의 주파수를 이들 기관에서 사용하는 특정주파수에 맞추기만 하면 언제든지 감청을 할 수 있는 것.

 

상황이 이렇다보니 견인차량과 응급차 등의 업계에서는 '공공연한 비밀'을 모르면 업계에서 뒤처지기 때문에 너도나도 무전기 구입에 열을 올리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서울 용산 전자상가 등에서는 경찰과 소방의 주파수를 감청할 수 있는 무전기가 은밀히 거래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또 아마추어 무선기사 정도의 실력이면 간단한 조작으로 이들 기관의 무선망을 감청할 수 있다는 것.

 

현재 아마추어 무선기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전국에 18만8000여명에 달한다.

 

경찰은 '비화기능(불법 감청단말기에서 수신되는 음성변조)'을 마련해 감청에 대응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진행상황은 더디다.

 

전북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010년 경찰의 무선장비를 모두 교체하면서 '비화기능'을 강화하고 지난해에는 중계기를 설치하는 등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하지만 현재까지 무전망 보안의 핵심인 '비화기능'을 경찰 전 무전망으로 확대하지 못한 상황이다.

 

보안이 시급한 업무를 위주로 경찰은 '비화기능'을 사용하고 있지만 112지령실에서 각 경찰서나 파출소로 전송한 무전에서는 이 기능이 작동하지 않는다.

 

'비화기능'을 전 무전망으로 확대해도 안전한 방법은 아니다.

 

실제 부산시 소방본부가 무선통신의 도청을 막기 위해 3억여원의 예산을 들여 도청방지용 젠더를 설치했지만 이를 감청한 일당이 경찰에 적발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