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로 도시를 가꾸어온 유럽의 나라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문화공간을 통한 도시재생프로젝트를 실현하고 있다. 그 성과 역시 경이롭다. 환경오염으로 죽어가던 강과 도시가 살아나고 공동화되어가던 옛 도심이 생기를 되찾는가하면, 가난했던 도시가 문화와 관광의 도시로 각광받고 있다. 낡은 것의 질서와 가치를 주목하고 과거의 기억과 역사를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변화시켜가는 유럽 도시들의 현명한 선택이 가져온 대가다.
영국 런던 테임즈강 남쪽 강변의 미술관 테이트 모던(Tate Modern)과 게이츠헤드의 발틱현대미술관(BALTIC Centre for Contemporary Art)은 대표적인 예다.
2000년 봄에 개관한 테이트 모던의 전신은 영국의 산업화를 이끌었던 뱅크사이드 화력발전소(Bankside Power Station).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세계에서 가장 많은 관객들이 찾는 미술관 중의 하나가 된 테이트 모던은 국제적인 현대 미술의 흐름을 주도하는 미술관으로 우뚝 섰다. 화력발전소가 '문화발전소'로 변신한 것도 흥미롭지만 이 미술관 덕분에 템즈강 남쪽 슬럼가가 살아나고 도시는 활력을 되찾았다.
발틱현대미술관 역시 도시를 살린 재생공간. 타인(Tyne)강을 사이에 두고 뉴캐슬과 마주보고 있는 게이츠헤드는 인구 20만이 채 안 되는 도시다. 뉴캐슬의 명성에 가려진데다 가난했던 이 도시는 2002년 7월 발틱현대미술관을 얻으면서 영국민들이 가장 많이 찾는 도시가 되었다. 이 미술관의 전신은 제분공장이다. 산업혁명 이후 한때는 석탄과 철강, 조선 산업으로 번성했으나 이들 산업이 쇠퇴하면서 80년대 후반, 도시 낙후와 슬럼화를 안게 된 게이츠헤드는 1990년부터 도심재생을 시작했다. 발틱현대미술관 역시 도시재생으로 추진되었는데, 그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지금은 세계적으로 이름난 세이지음악당, 밀레니엄 다리와 함께 게이츠헤드를 일으킨 성공적인 재생프로젝트로 꼽힌다. 오래된 것, 낡고 쓸모없게 된 것의 가치를 발견해 새로운 공간으로 창조해내는 지혜가 지금, 우리에게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