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은 형사가 양복 입는 날?"
전북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매주 월요일, 정장 차림으로 출근한다.
영화에 나오는 형사들은 주로 잠바에 거친 말투로 그려지기에 언뜻 그들에게 양복은 생소하고 어울리지 않으리라 생각할 것이다.
외근을 많이 하는 탓에 움직이기 쉽고 수첩이나 수갑 등을 지니기 편한 옷을 입다 보니 형사하면 으레 잠바에 운동화를 생각하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우리 수사대는 시종 즐거우면서도 의미 있는 토론 끝에 "Monday 양복" 프로그램을 시행하기로 하였다. 우리가 나름 진지하게 내세운 의미와 이유를 살펴보면,
첫째는 발상의 전환이다. 우리는 사회를 좀먹는 범죄꾼들과 매일 싸우고 있다. 날로 진화하는 영악한 범인들은 어떻게 우리를 알아보고 수사망을 피해 다닐까? 하는 물음에 그 답이 있다. 그들은 으레 나이가 좀 들어 보이는 고참과 젊은 신참 둘, 머리는 대개 짧은 스포츠형이며 잠바에 캐주얼 바지 그리고 운동화, 또 주위를 매섭게 살피는 눈초리 등으로 형사를 알아본다고 한다. 우리 스스로 '나는 형사다'라고 광고 하면서 그들을 뒤쫓는 지도 모른다. 그리하여 우리는 적들의 입장에서 양복으로 위장(?)하고 그들의 지혜(?)를 역이용하기로 생각을 바꾼 것이다.
둘째는 형사이미지의 탈바꿈이다. 범죄로 인해 험한 꼴을 당한 피해자나 혹여 뒤탈이 두려운 참고인을 조사하는 경우, 인상도 그리 좋지 않은 형사가 대충 걸친 잠바때기를 입고 조사하게 되면 불안한 그들은 하고 싶은 말을 되레 꺼려할 지도 모른다. 따뜻한 신뢰와 공감대의 형성으로부터 더 많은 단서를 얻을 수 있고, 그들도 우릴 의지하며 억울함을 달래는 단순한 범죄해결을 넘어 회복적 사법정의에 기여하는 것이다. 이에 우리는 고객인 피해자나 관계자를 배려하는 마음을 이렇게 내비치기로 한 것이다.
셋째는 우리가 종종 잊고 사는 가정의 화목이다. 잦은 출장과 잠복으로 집에 자주 못 들르고 무심한 게 형사의 일상이다. 새로운 한주를 시작하는 월요일, 말쑥하게 차려입고 집을 나서는 형사 가장의 모습은 예전 접하기 어려운 거친 아버지가 아닌 정돈되고 edge 있는 아빠로 세대 간 공감의 싹을 틔우는 신선한 정감을 불러 오지 않을까? 넥타이를 매어 주며 슬며시 품에 안기는 아내의 모습 또한 얼마나 아름다운가?
한 IT 업계 전문가가 "석 달에 한 번씩 자기 명함을 바꾼다"고 했던 말이 생각난다. 무뚝뚝한 고집의 털털하고 억센 형사와 번뜩이는 기지, 멋진 보호색의 세련된 형사의 조화야말로 우리 시대가 요구하는 범죄사냥꾼의 참모습이 아닐까?
선입견과 고정관념을 깬 역지사지(易地思之) 이상의 삶의 지혜란 없다. 경찰도 범인 입장에서 그들보다 앞서 길목을 막고 기다려야 발품도 줄이고 나아가 그들의 범죄충동도 제어할 수 있다. 또한 경시되기 쉬운 피해자 등에 대한 관심은 우리를 기계적 법집행관이 아닌 인간의 온기가 흐르는 형사로 새롭게 인식하게 만들 것이다. 어떠한 사건이라도 해결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이를 함께 하는 동료가 있어 머리를 맞댄다면 풀리지 않을 일은 없을 것이며, 우리 사회도 지금보다 한결 환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