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아이패드 베일을 벗다

'레티나 디스플레이' 탑재해 높은 해상도…풀 HD TV보다 더 또렷…4G LTE 장착했지만 북미 통신사 주파수 대역에 맞춰 국내에선 서비스 받을 수 없을 듯

언제부터인가 아이폰(iPhone)이 우리나라에 등장하면서 애플(Apple)사(社)의 인기는 하늘을 찔렀다. 그동안 우리가 접하던 전자기기들과는 다른 디자인, 독특한 콘셉트가 젊은 세대의 눈길과 마음을 사로 잡았던 것. 기계와는 거리가 먼 여성들을 포섭하고 우리나라에서 통용되던 윈도우(window)를 포기하고 낯선 맥(Mac) OS 선택하는 사람들이 생겨났으니 그 인기는 대단하다 할 수 있겠다.

 

이렇게 승승장구하던 애플은 핸드폰도, 노트북도 아닌 아이패드(iPad)라는 태블릿 PC를 출시하면서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냈다. 유행에 민감한 이들에게는 '애플이 곧 패션'이라는 생각을 심었고 그 자체가 패션 아이템으로 여겨지는 분위기를 만들어 낸 것이다.

 

그리고 3월 8일 오전 3시(한국시간), 애플의 새로운 아이패드가 세상에 공개됐다.

 

새로 출시된 아이패드가 모두의 관심사가 될 수 있었던 것은 그 동안 애플이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았다는 것과 애플의 수장이었던 스티브 잡스가 사망하고 발표됐다는 점일 것이다. 특히 잡스가 생전 강조했던 레티나 디스플레이(Retina Display)를 이 뉴 아이패드가 탑재 할 것이냐 아니냐가 관건이었다.

 

레티나 디스플레이(이하 레티나)는 애플이 아이폰4부터 탑재한 디스플레이(텔레비전의 브라운관과 핸드폰 액정 등 전기적으로 전송되는 화상신호를 인간이 인식할 수 있는 형태로 만든 것)다. 인간의 망막으로 구별할 수 있는 인치당 픽셀수(PPI)를 넘어서는 고해상도의 디스플레이로 책을 읽거나 장시간 작업을 해도 눈이 덜 피로하다. 쉽게 비교하자면 여배우들의 모공까지 보인다는 HDTV의 해상도는 1960X1100인데 이 레티나는 2048X1440이다. 더욱이 아이패드는 텔레비전 보다 크기도 훨씬 작으니 그 뚜렷함(?)이란 지금까지 본적 없는 무엇. 얼마나 자신 있었으면 디스플레이에 망막이라는 뜻을 가진 레티나(Retina)라는 이름을 붙였겠는가.

 

하지만 이런 고해상도 레티나가 희소식만은 아니다. 특히 개발자들에게는 큰 문제이자 도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기본보다 4배 높은 픽셀(아이패드 2와 비교했을 때)의 게임이나 어플리케이션(이하 앱)을 만들기 위해서는 4배 많은 시간과 메모리, 자산이 필요하기 때문. 대형 게임 개발사들은 그렇다 쳐도 소규모·중소규모 제작사들의 줄도산이 예견되고 대형 회사로 흡수되거나 하청으로 가는 형태도 진행될 전망이다.

 

앱 스토어에는 현재 약 58만 5,000개의 앱이 있고 앱 다운 횟수는 지난 3일 250억 회를 돌파했다. 이런 큰 어플리케이션 시장이 레티나의 등장으로 어떻게 변화될지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또한 우리나라에서는 뉴 아이패드의 LTE 서비스를 받을 수 없을 예정이다. 애플이 북미 통신사의 LTE 주파수 대역에 맞춰 모델을 출시해 국내 통신사의 주파수와는 호환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듯 아이패드는 노트북이나 컴퓨터 혹은 스마트 폰과 다른 새로운 형태로 자리를 굳혔다. '과연 누가 살까' 의문이 들었고 실효성에 의심이 갔지만 이제는 하나쯤은 갖고 싶은 전자기기가 된 것. 그런데 아이패드 같은 태블릿 PC(이하 태블릿)가 우리나라에서 10여 년 전 이미 만들어진 사실을 아는지 모르겠다.

 

LG전자가 2001년 독일 IT박람회에서 현재 태블릿 개념의 원형을 발표했는데 이름도 심지어 '아이패드'였다고 한다. 당시 외국에서 큰 호평을 받았지만 그 시대의 전반적인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기술 수준이 뒷받침 되지 못해 현재의 태블릿까지 발전하지 못했다. 만약 LG에서 상품등록을 했다면 애플의 아이패드는 '아이패드'라는 이름을 갖지 못했을 것. 또 지금의 태블릿 시장과도 많은 차이가 있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