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비 vs 화차

 

■ 가비 (미스터리, 드라마/ 115분/ 15세 관람가)

 

- 고종과 커피 쓰디쓴 음모소름

 

이번 주 개봉영화 '가비'와 '화차'는 공통점이 많다. 원작이 소설이라는 것, 또 원작과는 다른 점이 있다는 것, 한국 영화이면서 미스터리물이고, 빼어난 배우가 한 명 이상 등장한다는 것 등. 하지만 이렇게 비슷한 점이 많으면서도 전혀 다른 매력을 자랑한다. 다르지만 같고, 같지만 다른 '가비'와 '화차'를 만나보자.

 

1896년, 고종(박희순)이 러시아 공사관으로 피신해 대한제국을 준비하던 혼돈의 시기. 러시아 대륙에서 커피와 금괴를 훔치다 러시아군에게 쫓기게 된 일리치(주진모)와 따냐(김소연)는 조선계 일본인 사다코(유선)의 음모로 조선으로 오게 된다.

 

조선에서 고종의 커피를 내리는 조선 최초의 바리스타가 된 따냐와 그녀를 지키기 위해 사카모토란 이름으로 스파이가 된 일리치, 그들은 사다코로 인해 은밀한 고종암살작전에 휘말리게 되는데. '가비 작전'이 시작됐다.

 

지난해 인기를 얻었던 영화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을 기억하는가? 그렇다면 '가비'도 반가울지 모르겠다. '가비'의 원작은 '조선명탐정'의 원작자기도 한 김탁환 작가의 소설 '노서아 가비'이기 때문이다. 명성황후 시해가 있고 고종 황제가 러시아 공사관으로 거처를 옮긴 아관파천 시기인 1896년부터 1897년 사이를 배경으로 한 픽션 사극이다. 비록 책을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조금만 검색해 보면 '훌륭한 소설' 이라는 평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사람들이 극찬을 하는 원작 소설 때문인지 영화는 자꾸 삼천포로 빠지는 느낌이 든다.

 

단편적인 에피소드 자체는 훌륭하나 영화 한 편의 완성도는 변변치 못하다. 그래서 설득력이 부족하고, 또 그래서 관객의 집중도도 떨어진다. 특히, 원작을 읽은 관객이라면 실망감은 더 클 것. 다만 주인공은 고종 역의 박희순의 연기가 단연 일품이다.

 

'가비'는 비록 잘 못 내린 커피가 됐지만 그래서 더 쓰디쓴 커피는 그 시대의 우리 슬픈 역사와 닮아 안타까울 뿐이다.

 

 

 

■ 화차 (미스터리/ 117분/ 15세 관람가)

 

- 선악 오가는 위험한 여자섬뜩

 

사람은 알게 모르게 자신을 포장한다. 특히 사랑하는 사람에게 더 잘 보이고 싶은 욕구는 어쩌면 본능 같은 것. 하지만 그 정도가 지나치면, 그리고 언제가 진실이 밝혀지면 그 관계는 위험할 수밖에 없다.

 

영화 '화차'는 그런 거짓말을 최고점에 스릴러를 섞어낸 영화다.

 

결혼 한 달 전 약혼녀가 사라진다. 사라진 약혼녀 선영(김민희)을 찾기 위해 문호(이선균)는 그녀의 집에 가보지만 어떤 흔적도 남아있지 않다. 문호는 급기야 전직 형사인 사촌형 종근(조성하)에게 도움을 청하고 종근과 문호는 선영의 행적을 쫓기 시작한다. 그런데 밝혀지는 이상한 점들. 강선영으로 살았던 그녀는 강선영이 아니라 차경선이었고 진짜 강선영은 증발해버렸다는 것. 문호는 계속 드러나는 그녀의 실체에 점점 혼란스러워하고 약혼녀가 단순 실종사건이 아니라 살인사건과 관계되어 있음을 직감하는데.

 

'화차'는 동명의 미야베 미유키 소설(우리나라에는 '인생을 훔친 여자'로 발간)을 원작으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주인공 '문호'는 영화를 통해 새롭게 만들어진 캐릭터. 선영을 사랑하는 문호로 인해 이야기의 깊이는 더 깊어졌다. 영화를 이 정도까지 설득력 있게 만든 것은 주인공인 김민희 공이 가장 크다. 가냘픈 몸매, 모델 출신으로 아무것도 담지 않은 듯 한 그녀의 얼굴은 '화차'에 딱 어울리는 도화지. 사랑스러운 약혼녀에서 괴물이 되어가는 선영의 광기가 '화차'를 있게 했으니 모두 김민희의 공이 아니겠는가. 원작만큼의 섬뜩함은 좀 떨어지지만 매끄러운 이야기 흐름은 훌륭한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