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양금신보 - 임진왜란 전후 한국음악사 연구 중요한 자료

임실서 첫 간행… 목판본 인쇄 대중에 널리 퍼져

조선시대 발간된 고악보들은 단지 악곡변천사의 자료로써 뿐만 아니라 조선시대 사회문화사를 이해할 수 있는 보고이기도 하다. 또한 고악보에는 해설과 함께 악기의 쓰임새를 상세하게 덧붙임으로써 조선시대 음악문화를 송두리째 살필 수 있는 하나의 덩어리가 된다.

 

특히 1610년 광해군 1년 우리고장에서 발간되는 『양금신보』는 국악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최고의 고악보로 평가된다. 이 책은 거문고 악보로 양덕수가 지은 것이다. 1책 26장, 52면 목판본으로 발간된 이 금보의 발문에 의하면 임진왜란 때 전북 남원에 피난 왔던 양덕수가 당시 임실현감으로 있었던 김두남의 도움으로 악보를 만들어 출간하게 되었다. 편찬자의 성을 따라 『양금신보』라는 이름으로 임실에서 처음으로 간행된 의미를 갖고 있다.

 

이 악보의 내용은 두 부분으로 나누어진다. 첫째부분은 금아부, 현금향부, 현금평조산형, 우조산형, 집시법, 조현법, 안현법, 타현법, 합자법으로 구성되었다. 또 두 번째 부분은 만대엽, 북전, 중대엽, 조음, 감군은 이상 8곡과 발문으로 구성됐다. 거문고의 악곡들은 합자보와 육보의 두 가지 기보법에 의해서 기록되었고, 합자보의 우측에 노래의 가사 또는 궁상각치우의 5성이 기록됐다.

 

임진왜란 전후의 한국음악사 연구에 중요한 구실을 하는 음악자료의 하나로 학계로부터 주목되고 있는 이 금보는 이전의 금합자보에 없는 만대엽과 중대엽의 악곡을 골고루 갖추었으므로 17세기 전후의 가곡사 연구에 중요한 가교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이 고악보에 전하는 중대엽의 평조, 우조, 평조계면조, 우조계면조 이상 네 가지 악조는 조선 전기 이후 악조의 역사적 변천연구에 결정적인 음악자료를 제공해준다.

 

이와 함께 『양금신보』가 목판본으로 인쇄됨으로써 필사본으로 전하는 다른 악보보다 세상에 널리 퍼지는 기틀을 마련했고, 따라서 후세의 연주자들에게 커다란 영향을 주었기 때문에 거문고의 대중화에도 기여했다. 더욱이 이 악보는 우리고장 출신으로 시조문학의 새로운 지평을 연 가람 이병기선생이 1959년 통문관에서 발간된 책자에 서문을 쓴 관계로 전북과 각별한 인연 또한 보여준다.

 

그러나 양금신보에 주목할 만한 가치는 당대에 목판본으로 인쇄되어 대중적인 역할을 톡톡히 했다는 점이다. 이는 동시대의 음악문화가 비로소 대중들에게 퍼질 수 있다는 기틀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양금신보가 거문고만을 위한 악보란 점에서 눈여겨 보아야한다. 조선시대에 선비들은 거문고를 '백악지장'이란 말로 모든 악기의 으뜸으로 쳤다. 이러한 악기에 대한 악보가 편찬된 것은 그만큼 거문고가 선비들은 물론 중인층까지 수용층을 확대했다는 점에서 가치는 더욱 돋보인다.

 

편찬자인 양덕수의 노력과 전북이란 지역에서 편찬된 점으로 미루어 전북은 이 고악보 자체만으로도 한국음악사에 불멸의 족적을 남긴 것은 두말할 여지가 없는 것이다. 그만큼 전북이 국악의 본향으로 뿌리가 깊다고 할 수 있다.

 

/전북도문화재전문위원·한별고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