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학개론 - 15년 뒤 다시 만난 첫사랑…

멜로, 로맨스/ 118분/ 12세 관람가

영화 제목이 '건축학 개론'이다보니 떠오르는 건 공사장이요 생각나는 것은 설계도뿐이었다. 그런데 영화 분류가 로맨스라니, 그렇다면 이 영화가 사랑이야기란 말인가.

 

대답은 '그렇다'. '건축학 개론'은 사랑 영화중에서도 진한 사랑 영화, 집 짓듯 사랑을 짓는 그런 이야기다.

 

생기 넘치지만 숫기 없던 스무 살, 건축학과 학생인 승민(이제훈)은 건축학 개론 수업에서 음대생 서연(수지)을 처음 만나고 반하고 만다. 함께 숙제를 하게 되면서 차츰 마음을 열고 친해지지만,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데 서툰 순진한 승민은 입 밖에 낼 수 없었던 고백을 마음속에 품은 채 작은 오해로 멀어지게 된다.

 

시간이 흘려 15년이 지난 어느 날, 서른다섯의 건축가가 된 승민(엄태웅) 앞에 15년 만에 서연(한가인)은 불쑥 나타난다.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는 승민에게 서연은 자신을 위한 집을 설계해 달라 하고 승민은 자신의 이름을 건 첫 작품으로 서연의 집을 짓게 된다. 함께 집을 완성해 가는 동안 어쩌면 사랑이었을지 모를 그때의 기억이 되살아난 두 사람은 새로운 감정이 생김을 느끼게 되는데.

 

사랑은 원래 정의하기가 힘들다. 누구에게는 달고, 또 누구에게는 쓰고, 다른 누군가에게는 달기도 쓰기도 한 것이 사랑이다. 그러나 첫사랑에게 남아 있는 설렘이나 그 때의 아쉬움 등은 만국 공통어 같은 것. '건축학 개론'은 그런 상황들을 표현하고 싶었던 것 같다. 결과적으로 그런 아련함을 그리는 데는 실패했다. 추억을 끄집어 낼 수는 있지만 마음까지 동요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흐릿하지만 남아있는 90년대의 모습이 스크린을 덮으면 그 때의 향수가 마음을 더 흔들게 될 것. 전람회의 노래가 나오는 순간이 설렘의 하이라이트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