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의 봄기운이 작은 떡시루 항아리에도 뿌리를 내리고
자연은 산천초목의 길을 열었다.
동쪽 싸리문 열릴때마다 봄빛 열리고
푸르스름한 꽃 각시가 내려 앉았다.
춘난속잎 살포시 피어나고 꽃 향연 펼칠 때
봄의 전령사들은 때맞춰 봄비를 보내셨다네.'
봄비가 촉촉히 적신 곳을 보니, 시(詩)가 절로 읊조려진다. 시냇물이 졸졸졸 흐르고, 밭고랑에 물이 고였다. 부녀 회장님은 요즘 바쁜 철이다. 몇 년 전, 심어놓은 조경수 밭에 풀 뽑고 잘 자란 나무들은 시장에 내다 팔고, 묘목 정리하는 게 한창이다. 동네 할머니들께서는 감자씨를 심느라 바쁜 날이다. 나도 된장 가를 준비에 바쁜 날을 보냈다. 동네에서 가장 한가로운 흰둥이개는 봄의 여유로움을 즐기고 있다. 앞 마당에 앉아 봄 햇살을 받으며 누웠다.
본격적인 농사철이 아닌데도 부녀회장님 얼굴은 봄 바람에 새까맣게 그을리셨다. 농부는 자연이 주는 피부를 가져야 행복한가 보다. 그을린 얼굴에서도 농부의 아름다움이 있다. 육체적인 노동은 농부의 마음을 가볍게 한다. 화순에서 영숙씨가 전화했다. "언니요, 더덕 캤는데 보내드릴까요." 전국농업여성 비즈니스아카데미 교육동기생이다. 영숙씨는 화순에서 더덕농사 3만평을 짓고 있다. 우리는 매달 2박3일동안 교육을 받았다. 자신들의 농업경영에 대한 컨설팅과 가공식품 판매, 마케팅전략을 배웠다. 농사일에 지친모습이지만 교육 받을때 만큼은 그 누구보다 열심이다. 농사짓는 일이 천직이라고 생각하는 전국에서 모인 여성농업인이다. 서로의 농사짓는 정보교환을 하느라 늦은 밤까지 토의는 진행된다. 농촌에서 잘 살아보자는 열띤 토론은 1년간 지속되었다. 함께 나눈 정으로 전국의 농산물들을 맛 볼수 있다. 더덕장아찌 담궈 먹으라며 택배로 보내 농심에 감사다. 농사짓는 사람들만이 느낄 수 있는 따뜻한 인간애다.
요즘 나는 농촌문화를 살리는 일들이 무엇일까? 고민을 많이 한다. 농촌문화 공간을 살리기 위해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일들이 제철에 나는 농산물로 소비자들에게 시골밥상 맛을 선보이는 식문화를 살리는 것이다. 제철마다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장아찌문화도 소중한 농촌 살리기 문화인 것이다. 도시를 넘어 농촌을 제 발로 찾아오는 컬처믹스 (Culture Mix·문화융합) 장소로 활용 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음식문화가 도시와 농촌간 소통, 참여을 위한 커뮤니티 공간으로 활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 점심 밥상은 시골 인심으로 내놓을 수 있는 더덕장아찌다. 더덕은 산삼에 버금가는 뛰어난 약효가 있어 사삼이라고 하며 인삼, 단삼, 현삼, 고삼과 더불어 오삼 중의 하나로 사포닌과 이눌린 성분을 함유하고 있어 한약제로 사용한다. 더덕은 특히 자양 강장 식품으로 유명하다. 비장, 신장을 튼튼하게 해 주는 효과가 있고, 민간에서는 옛날부터 물을 마시고 체할 때 약이 없다 고들 하는데 이 때 더덕을 먹으면 효과가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만드는방법]
△ 재료 = 더덕, 소금, 고추장, 조청(물엿), 대파, 고추, 통깨, 들기름, 마늘
① 더덕을 깨끗하게 씻는다.
② 더덕껍질을 벗기고 소금물에 2시간 동안 담가 놓는다.
③ 간장에 담가 오랫동안 보관했다가 먹을 만큼씩 꺼내어 양념을 한다.
④ 고추장과 조청을 넣고 양념을 볶는다.
⑤ 양념한 더덕에 대파, 고추, 통깨, 마늘, 들기름을 넣고 무친다.
'하늘모퉁이'발효식품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