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이렇게 뽑을 건가

권혁남 전북대 신방과 교수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각 정당의 공천이 끝나고 후보자 등록도 끝났다. 물론 과거에도 정당의 후보자 공천을 두고 잡음이 끊이지 않았지만 그런 속에서도 깜짝 반전과 신선한 인물 발탁으로 그야말로 '입은 쫑긋, 귀는 번쩍, 가슴은 뭉클'거리는 감동이 있었다. 그러나 이번 19대 국회의원 총선 후보자 공천은 여야당 모두 국민들의 기대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 특히 민주당의 공천에 대해서 모든 국민이 이건 아니라고 말한다. 우리 전북지역은 11개 선거구에서 6명의 현역 의원이 물갈이 되었다지만 그래도 찍을만한 사람이 없다고들 한다.

 

이번 공천과정을 지켜보면서 크게 두 가지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먼저 현재의 공천시스템으로는 근본적으로 참신하고 유능한 인물을 발굴하기가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언젠가 송하진 전주시장이 강연에서 "우리나라는 똑똑한 사람보다는 용감한 사람이 정치하는 풍토"라고 말한 바 있다. 정확한 진단이다.

 

현 공천시스템에서는 공자나 제갈량 같이 덕 있고 유능한 인물들은 흙탕물이 튀길까 아예 뛰어들 생각을 안 하고, 대신에 오직 가진 것은 용감성 하나 밖에 없는 사람들만이 몰려들게 되어있다. 이를 바로 잡기 위해서는 비례대표 국회의원 수를 전체의 절반 정도로 대폭 늘려 덕과 능력을 가진 인물들을 영입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되리라고 본다.

 

두 번째는 후보자를 결정하는 데 있어서 여론조사에 지나치게 의존한다는 점이다. 새누리당은 여론조사를 통해 현역의원 하위 25%를 컷오프 시켰고, 민주통합당은 여론조사를 공천의 중요한 기준으로 삼았을 뿐만 아니라 통합진보당과 전국 76개 선거구에서 야권후보 단일화를 전적으로 여론조사만을 가지고 결정하였다.

 

전 세계적으로 후보자 개인은 물론이고 지역과 국가의 운명마저 바꿀 수 있는 중요한 정치적 결정을 여론조사에 맡기는 나라는 우리 밖에 없다. 이런 면에서 우리나라는 여론조사 공화국이다. 여론조사는 아무리 정확히 조사한다 해도 본질적으로 표본오차를 가질 수밖에 없는 태생적인 한계를 갖고 있다.

 

예를 들어 500명을 조사한다면 ±4.3% 포인트의 표본오차를 갖게 되는데, 이는 두 후보 간의 차이가 표본오차의 두 배인 8.6% 안에 있다면 조사 때마다 후보들의 순위가 얼마든지 바뀔 수 있기 때문에 통계학적으론 아무런 차이가 없음을 뜻한다. 그런데도 여론조사에서 단 1%만 차이가 나도 이것을 마치 절대적인 차이로 확대 해석함으로써 중대한 민의의 왜곡이 일어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정확성이 전혀 담보되지 않고 동원 조작 위험성이 매우 높은 기계식 여론조사인 ARS조사 결과를 가지고 후보자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코미디다. 이번 야권 단일화 여론조사에서는 ARS조사와 함께 사람이 직접 질문하는 면접조사를 병행하여 두 개의 조사결과를 평균 내어 후보자를 결정토록 하였다. 그런데 문제가 되었던 서울 관악을의 경우 시작한지 3시간 만에 끝난 ARS조사에서는 이정희 57.8%, 김희철 42.2%였으나 꼬박 이틀을 조사해도 20,30대를 다 채우지 못해 가중치를 줄 수 밖에 없었던 면접조사에서는 김희철 50.04%, 이정희 49.96%로 두 조사간에 큰 차이가 났다. 안산 단원갑은 더 심했다. 민주당의 백혜련 후보는 면접조사에서는 20%포인트를 이겼으나 ARS조사에서 20%포인트 져, 두 조사 평균 값에서 불과 0.024%(3표에 해당)로 뒤져 패한 것으로 결정했다. 얼마나 어이없는 일인가. 그러니 여론조사에서 진 후보자들이 너도 나도 결과에 불복하였는데, 이는 충분히 타당한 이유를 갖는다.

 

더 이상 우리 지역 후보자 공천을 중앙당에 맡겨서는 안 되겠다. 이젠 미국처럼 중앙당은 뒤로 빠지고 지역 주민 모두가 참여하는 완전 국민경선(Open Prima ry)을 도입할 때가 되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