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총회, 저녁에 열었더니 강당 '빼곡'

맞벌이 부부 참석 많아… 담임 1대1 면담 등 호평…일과 중 총회 연 학교 교육과정 형식적 설명 그쳐

올해 들어 일선 학교에서 일과 후에 학부모 총회가 열리는 경우가 많아졌다. 정부와 도교육청이 학부모들의 학교 참여를 높이기 위해 일과 후 총회를 유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통계청이 지난해 발표한'2011년 맞벌이 가구 및 경력단절 여성 통계 집계 결과'에 따르면 배우자가 있는 전북지역 44만 가구 중 맞벌이 가구는 22만 가구(50.3%)인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아직까지 일선 학교에서는 일과 중에 학부모 총회를 고집하고 있다. 또 일부 학교에서는 학부모 의견 수렴보단 학교홍보에 치우쳐 눈총을 사고 있다.

 

본보는 같은날 일과중 학부모총회를 여는 학교와 일과후에 여는 학교를 찾아가 학부모들의 참여 열기는 어느 정도인지, 학교의 운영 방식에 문제점이 없었는지 등을 직접 점검해봤다.

 

 

# 전주 A중학교 일과중 학부모총회

 

23일 오후 2시 전주 A중학교에서 열린 교육과정 설명회. 학급별로 학부모총회를 열었는데 2학년 교실에는 학부모 10여명 정도만 앉아있는 등 참여도가 저조하다. 1학년 교실에 학부모들이 가득차 있는 것과는 대조를 이뤘다.

 

이 학교 1학년에 재학중인 자녀를 둔 최정인씨(36)는 "낮 동안의 일과시간에는 일을 하기 때문에 오래 자리비우기도 힘든 상황에서 어렵게 시간을 내 왔다"며 "저녁 시간에 학부모총회를 연다면 좀 더 많은 시간을 들여 아이에 대한 상담도 할 수 있을 것이다"며 안타까워했다.운영 방식 또한 부실했다. 총회는 교실에 비치된 TV를 통해 교장의 인사말, 1년간의 교육과정과 학교생활 안내로 대체됐고 이후에는 담임교사의 설명과 학부모위원 선출 등이 이어졌다. 학부모상담은 원하는 학부모에 한해서만 이루어졌다. 일부 학부모들은 자기 차례를 기다리지 못하고 발길을 돌리는 모습도 보였다.

 

 

# 전주 B중학교 일과후 학부모총회

 

같은날 오후 7시 전주 B중학교는 1·2학년 학부모들을 초청해 '교육과정설명회'를 가졌다. 설명회가 열린 강당은 240여 좌석이 부족해 보조의자까지 놓아야 했다. A중학교와는 달리 2학년 교실에는 학부모들이 과반수 이상 들어찼다. 부부 10쌍이 동반한 모습도 눈에 띠었다. 1학년의 경우 264명의 학생 학부모 대부분이 참석했다.

 

학부모 홍영택씨(48)는 "총회가 저녁 시간에 열린 덕분에 학교도 둘러보고 선생님과 상담도 할 겸 찾게 되었다"며 "선생님들은 힘들 수도 있지만 부모 입장에서는 시간에 구애받지 않아서 좋다"고 말했다.

 

이 학교 관계자는 "학부모들의 요청이 많아 올해 처음으로 총회를 저녁시간으로 잡았다"며 "앞으로도 학부모 총회나 학교운영위 회의를 오후 늦은 시간에 열겠다"고 말했다. 운영 방식도 좋았다. 학부모들은 교장·교육과정부장으로부터 1시간여 설명을 들고 질의응답을 시간을 가진 뒤 교실로 자리를 옮겨 학부모위원 선출과 담임교사와의 일대일 면담 시간을 가졌다. 밤이 깊어져 오후 10시가 되어서야 교실마다 불이 꺼지며 학부모들은 발길을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