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IMF 긴급구제금융을 받던 때부터 어언 15년이 흘렀다. 그 사이에 2006년 리먼브라더스 사태 등 미국발 금융위기를 겪었고, 작년부터는 남유럽발 재정위기의 먹구름이 밀려오고 있다. 비정규직이 임금 근로자의 절반을 넘게 되었고, 빈부간의 격차가 더욱 벌어지는 양극화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시작되면서 그렇지 않아도 세계최고 속도를 기록하던 인구고령화에 가속도가 붙었다. 마땅한 노후대비책이 없이 퇴직하는 노인들은 빈곤의 노령화 현상을 가속화하고 있다. 경제적 능력의 부족 때문에 젊은 세대들이 결혼을 늦추거나 포기함으로써, 또는 결혼하더라도 출산파업에 나섬으로써 저출산문제를 심화시키고 있다.
이처럼 국민 개개인의 경제적 취약성이 적나라하게 노출된 반면, 이러한 경우에 대비하여 국민들의 삶을 보장해주어야 할 복지제도는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가입 국가 가운데 꼴찌를 다투는 복지비지출에서 보듯 허술하기 그지없다. 국내총생산 대비 복지지출규모가 서구국가의 1/3~1/2에 불과한데도, 일부 보수진영에서는 복지때문에 나라가 절단나기라도 할 것처럼 '복지망국론'을 들고 나서는가 하면, 복지는 얄팍한 인기영합주의라고 하면서 '복지포퓰리즘' 담론을 퍼뜨리고 있다.
유권자의 표심을 유혹한다는 점에서 복지영역은 선거철에 단골메뉴로 등장하는 정책분야이다. 이번 총선정국에서 복지문제가 주요한 정책화두로 격상되었다는 것은 나름 의미있는 일이라고 본다. 그런데, 속된 말로 우리 유권자들이 '한 두번 속았는가?' 그럴듯한 복지공약들을 내세웠지만, 선거후에는 모르쇠로 외면해 온 정당과 후보들이 적지 않았던 기억을 떠올릴 수 있다. 복지공약의 내용을 여야간 혹은 후보간에 그 이념과 지향을 두고 분석하기보다는 유권자들이 간편하게 판단할 수 있는 복지공약의 진정성 점검방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첫째, 복지와 관련하여 여태까지의 행적을 살펴보아야 한다. 정당이든 후보 개인이든 이제까지 복지와 관련하여 어떤 주장이나 행동을 해왔는지를 아는 것은 이번 총선을 맞이하여 갑자기 얼굴성형한 모습으로 나타나 '나는 과거의 내가 아니다'는 식으로 강변하는 정당이나 후보를 걸러낼 수 있는 좋은 방도가 된다. 이 때 무상급식이나, 반값등록금 등은 비교적 가까운 과거에 사회적인 쟁점이 되었던 복지 주제들로서, 유권자들이 쉽게 기억해낼 수 있는 항목들일 것이다.
둘째, 복지공약을 실현하기 위한 재원 마련 방법이 구체적으로 제시되고 있는지를 따져보면 된다. 정부 예산 절감을 통해 복지 재원을 마련한다는 말은 실현가능성이 약한 공염불이다. 꼭 필요한 사람에게만 복지혜택을 제공한다는 말은 복지를 확대하지 않겠다는 말과 거의 같은 표현이다. 복지재원 마련에 관한 한 가장 정직하고도 강력한 의지의 표명은 세금인상이다.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는 법이다. 세금을 늘리지 않고 복지를 획기적으로 확대하겠다는 것은 공짜로 비싼 점심을 대접하겠다는 사탕발림이다.
셋째, 어떤 정당이나 후보의 전체공약에서 복지공약이 차지하는 비중을 살펴보아야 한다. 특히 시멘트경제로 비유되는 각종 개발사업에 관한 공약들과 비교하여 복지공약이 어느 정도의 비중이나 위상을 갖고 있는지를 살펴야 한다. 구색맞추기로 복지공약을 나열하고는 있되, 기본적으로 토목건축 위주의 개발사업을 중심으로 공약을 내세우는 정당이나 후보가 말하는 복지공약은 그 진정성이 거의 없는 것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
선거 잘하면 삶의 질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최근에 정규직으로 전환되고 있는 서울시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사례가 웅변하고 있다. 닥치고 투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