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체가 돌아왔다 - 웃다 지치는 '시체 쟁탈전'

대담한 범죄 사기극…

가장 쉽고 가깝게 즐길 수 있는 문화생활이 바로 영화다. 늘어나는 관객만큼 영화 개봉 수도 많아지고 그 질도 꽤 높아졌다. 그러나 재미있는, 기대 이상의 영화만 있는 것은 아니다. 몇 번의 실패 끝에 '작품'이 나오는가 하면 기고만장해져 '실패'를 불러 온 영화도 있다. 이번주 새로나온 영화 두 편은 그 차이가 극명하다.

 

영화 '시체가 돌아왔다'를 보고 있노라면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것 같다. 빠른 스토리 전개나 등장인물들의 리드미컬한 움직임은 관객을 흥겹게 하는 힘을 발휘하고 춤추는듯한 느낌을 선사하는 것이다.

 

회사 경영자인 김택수 회장은 연구원들이 피땀 흘려 개발한 기술을 가로챈다. 회장은 자신의 몸에 첨단과학기술이 담긴 칩을 숨기고 미국으로 출국을 시도하지만 연구에 모든 걸 걸었던 한진수(정인기)와 백현철(이범수) 일행은 졸지에 해고자가 되자 회장의 출국을 방해하려 한다. 그러던 중 한진수는 의문의 교통사고를 당하고, 김택수 회장 또한 같이 음모를 꾸민 스티브 정(정만식)의 계략으로 사망하기에 이른다. 한진수의 사고로 뭉치게 된 그의 딸 동화(김옥빈)와 현철은 회장의 시체를 훔쳐 몸값을 요구하려 한다. 그러나 시체 협상은 생각보다 쉽지 않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훔친 시체는 회장이 아닌 사채업자를 피하려고 시체 행세를 한 진오(류승범)였던 것. 진오의 등장으로 상황은 뒤죽박죽이 된다. 시체를 찾아야 하는 현철 일행, 이들을 쫓는 스티브 정, 스티브 정을 쫓는 국정원 요원, 다시 스티브 정은 사채업자를 통해 현철 일행을 찾으려 하고 현철 일행은 도망간 진오를 찾고자 한다.

 

꼬리에 꼬리를 문 이들의 관계는 복잡해 보이지만 사실, 원하는 바는 뚜렷하기만 하다. 각자의 목적을 지닌 인물들 덕분에 사기, 범죄, 추격의 릴레이 가운데서도 무게 중심은 잘 잡혀 있는 것. 두 시간여의 '댄싱 타임' 동안 넘어지지 않고 관객을 요리조리 돌리는 진짜 춤꾼의 실력이라는 말이다.

 

기존의 범죄사기극과는 분명하게 다른 소재, 이야기가 돋보이며 이범수, 류승범, 김옥빈 트리오가 살려낸 독특한 캐릭터들 덕분에 유쾌한 영화가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