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소통 트렌드

▲ 황규석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기술지원과장

얼마 전 TV에서 '소통부재의 사회적 비용은 연간 300조로 국민소득의 27%로 추산되며 앞으로 점점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는 보도를 보고 오래전 지인들과 함께한 편안한 자리에서 들은 에피소드가 생각났다.

 

어느 부서에 엄격하기로 소문난 부서장이 갑자기 직원들을 모아 놓고 오늘은 정말 허심탄회하게 우리 부서의 문제가 뭔지 이야기해보자고 했다고 한다. 그래서 평소에 말을 아끼던 직원이 용기를 내어서 부서장의 부서운영 문제점과 개선사항에 대하여 조금은 과격하지만 솔직하게 건의했다. 그런데 그 직원은 무슨 얘기든지 수용하겠다는 부서장으로부터 바로 그 자리에서 면박을 받고 한동안 괘씸죄에 시달렸다고 한다.

 

소통의 시작은 대화임은 분명하지만 소통의 기본자세는 역지사지(易地思之), 즉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며 행동한 결과에 대하여 상대방이 공감했을 때 비로소 소통했다고 할 수 있다.

 

최근 농촌진흥청은 FTA 확대, 축산물가격 하락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업인의 입장에서 공감하고 행동하는 소통으로 사업을 추진해 농업현장과 새로운 소통의 트렌드를 만들어 가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

 

대표적 사례 중에 하나가 작년부터 농업인들의 다양하게 급증하는 애로기술을 동시에 해결을 위하여 한우, 젖소, 양돈, 양계 등 주요 축종을 중심으로 추진하고 있는 '축산농가 권역별 맞춤형 1:1컨설팅'이다. 컨설팅은 사료비용절감을 위한 TMR 등과 같은 자급사료 생산, 고급육 생산을 위한 암소개량 등 한우개량, 번식능력향상을 위한 번식·사양관리, 가축질병관리, 농장경영 등과 관련하여 대상지역에 대한 사전 기술수요조사를 실시하고 이를 토대로 각 분야별 농촌진흥청의 전문가와 대학 등 외부전문가 7∼8명이 참여한 최고의 컨설팅팀을 구성하여 농업기술센터에서 3~5개 시·군을 대상으로 권역별로 실시하고 있다. 컨설팅 후 농업인이 요청하는 경우 농장방문을 통한 현장컨설팅도 병행해서 추진하는데 참여 농업인의 만족도가 95%이상으로 맞춤형 1:1컨설팅에 대해 공감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우리 원에서 개발한 젖소번식관리시스템의 경우, 개발된 시스템에 농업인의 아이디어를 결합하여 현장적용 시험을 해 본 결과, 번식효율이 23% 추가 향상되는 성과를 거두었다. 시험에 참여한 농업인들은 새로운 기술에 모두 만족했다. 이후 현장적용 시험을 한 농가들은 우리나라 한우산업의 경쟁력 향상을 위하여 다른 농가에도 신속하게 확대 보급해 줄 것을 우리 원에 건의했다. 우리 원에서는 이들의 건의사항을 내년도 새기술시범사업에 반영, 농업인들과 소통과 공감의 연구-지도사업을 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나아가고 있다.

 

올해는 농촌진흥사업 50주년이 되는 뜻 깊은 해이다. 농촌진흥청은 이미 어려운 보릿고개를 넘어 국민의 식량문제를 해결한 70년대 녹색혁명과 80년대 백색혁명으로 전국민이 공감하는 소통을 한 경험이 있다.

 

올해 새로운 소통의 트렌드는 '농업인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행동하자'다. 농업·농촌발전을 위한 것으로 농업인이 공감하는 성과를 이룩하자는 것이 목적이다. 소통을 통해 다시 한 번 국민들이 공감하는 제2의 녹색혁명 성과를 이루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