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치고 정책' 선거

"일자리를 만들어 고용창출을 책임지겠다" "명품 새만금을 만들겠다" "향기나는 OO시를 만들겠다" 전북의 4·11총선 후보들의 공약이 이런 식이다. 뜬구름 잡기다. 일자리를 만드는 건 좋은데 어떻게 만들겠다는 이른바 방법론이 뒷받침되지 않으니 무책임한 공약이나 마찬가지다.

 

명품 새만금? 하도 많이 써먹는 구호지만 명품이란 말이 뜻하는 범위도 애매하거니와 새만금에 명품을 갖다 붙이는 건 오만이다. 이제 막 방수제 공사중인 데다 수질대책도 개운치 않은 터에 명품 운운하는 건 김칫국부터 마시는 격이다.

 

한술 더 떠 "명품이란 말을 내가 가장 먼저 썼다"고 자랑하는 총선 후보도 있다. 구정물 새만금이 되면 가장 먼저 꼬리를 내릴 사람도 그일 것이다. 새만금을 옛날처럼 표를 얻는 수단으로 써 먹어서는 안된다. 정치인들이 책임을 통감해야 할 사업이다.

 

'향기나는 OO시를 만들겠다'는 식의 공약 역시 "유권자를 어린 애로 보고 하는 소리냐"는 핀잔을 듣기에 딱 알맞다. 정책도 아니다. 방법도 제시되지 않는다. 그러니 책임을 물을 수도 없다. 이런 걸 공약이라고 호소하는 꼴이 마뜩잖다.

 

도내 총선 후보는 모두 46명이다. 이들이 쏟아놓은 공약과 정책은 수백가지에 이른다. 후보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의정활동을 하려 하는 것인지, 전북이 안고 있는 문제들에 대해 어떤 처방을 제시하고 있는 지는 유권자 판단의 중요한 잣대 중의 하나다.

 

그런데도 공약과 정책이 뜬구름 잡기식이니 도무지 신뢰가 가지 않는다. 후보간 차별성도 드러나지 않을뿐 아니라 오히려 유권자 판단을 가로막는 결과가 되고 만다. 유권자를 우습게 보는 퇴행적 선거문화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것도 하겠다, 저것도 하겠다는 식의 선거공약은 '소망집'(wish list)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정책을 둘러싼 선택이 될 수 없습니다. 구체적인 수치와 기한, 재원을 명시한 정책을 매니페스토로 제시해야만 정책선거가 치러지고, 정치인은 당선 후 그 실현에 책임을 지게 됩니다." 지난 2003년 일본 최초로 정책 매니페스토 선거를 치른 마쓰자와 시게후마 가나가와 지사의 말은 지금도 금언이다.

 

뜬구름 잡기식의 정책과 공약을 내놓은 후보는 이 참에 유권자들이 혼내 주어야 한다. 그래야 유권자를 우습게 보지 않는다.

 

/이경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