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정세균, 아~! 정동영

▲ 김 성 중

사회부장

4월 11일 총선. 전북출신 거물 정치인 두 사람의 운명이 극명하게 갈렸다.

 

지역구를 전북에서 대한민국 정치 1번지 서울 종로로 정한 SK(정세균 의원)는 새누리당 중진 홍사덕 후보를 제압했다. 도민과 함께 진심어린 축하를 보낸다.

 

시차는 있지만 SK처럼 지역구를 보수층 안방인 서울 강남을로 옮긴 DY(정동영 의원)는 한미FTA의 상징인 여당의 김종훈 후보에게 석패했다. 깊은 위로와 안타까움을 전한다.

 

이번 선거에서 두 사람의 승패는 적지 않은 시사점을 던진다.

 

돌이켜보면 사실 SK의 종로행은 DY에서 비롯됐다. 지난 2009년 4월 재보선에 DY가 전주 덕진에 출마하자 SK는 '2012 총선에서 3선을 했던 진안·무주·장수·임실을 떠나 서울로 출마한다'고 선언한다. DY의 무소속 '안방 출마'를 막기 위한 결단이면서 SK 나름의 대권 플랜 가동이다.

 

재보선 결과, DY는 옆 지역구 완산갑 신건 의원과 무소속으로 동반 당선됐다. 당시 호사가들은 '정·정 대결에서 SK가 졌다'고 했다.

 

그리고 3년이 흐른 2012년 4월. 승부가 뒤바뀌었다.

 

DY는 그동안 민주당내에서조차 '너무 좌클릭한다'는 평가를 받으면서까지 진보 행보를 이어갔다. 이후 총선 직전 지역구 '덕진 사수'와 '큰 판 승부'를 놓고 고민하던 그는 결국 여당의 안방인 강남을에 도전했지만 보수의 벽을 넘지 못했다. 이를 두고 혹자는 DY의 정치생명이 끝났다고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는 생각이다.

 

왜냐면 변신이든 확신이든 그동안 추구했던 진보의 가치와 목표를 엄연히 시대가 요구하고 있고 민주당 또한 그 길을 치열하게 가야하기 때문이다.

 

또 있다. DY의 어깨에 천형처럼 얹혀있던 빚이 사실상 탕감됐기 때문이다. 빚이란 원래 채무자가 자기의 모든 것을 내어주면 청산된다. 그런 면에서 '손 짚고 헤엄칠 덕진'을 버리고 사즉생도 아닌 죽음의 지역구에 몸을 던져 산화한 DY에게 더 이상 독촉할 빚은 없다. 아니 어쩌면 민주당과 전북도민은 이제 DY에게 빚을 졌는지 모른다.

 

'대권 실패'와 '안방 정치', '뺄셈 정치'라는 굴레를 벗은 DY에게 제대로 된 정치의 시작을 기대해보는 이유들이다.

 

하여 국민들은 여전히 DY가 추켜든 나침반을 눈여겨 볼 것이다. 그가 가리키는 곳은 '담대한 진보'다. 몽골 기병의 기개로 부딪치고 깨지고 터지고 피 흘리며 꿋꿋이 걷다보면 기회는 다시 온다. 여기에 '정치는 생물'이라는 수식어는 필요치 않다. 그저 묵묵히 가면 된다.

 

고난의 길을 걷지 않은 자에게 영광의 면류관이 있을 수 없고, 인고의 세월을 견디지 못한 나무가 꽃을 피울리 만무하다.

 

따라서 금배지 없는 DY가 국민 고통의 현장을 늘 지킨다면 의심받던 진정성은 자신이 갈망하는 정권교체의 굵은 불쏘시개가 될 것이다.

 

SK의 길도 매우 중요하다.

 

SK는 승리의 기쁨에 앞서 민주당의 총선 참패를 직시해야 한다. 비상한 위기의식으로 당을 추스려야 한다는 뜻이다. 대권 행보는 나중 문제다. 그러려면 덧셈 정치를 해야 한다. 물론 덧셈 안에 DY를 포함해야 한다.

 

SK는 또 전북이 자신을 키웠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된다. 특히 전북출신 국회의원이 도내 지역구 11명 뿐 아니라 수도권과 비례대표 등 또 다른 14명이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전북의 좌장 정치인으로서 25명이 뭉쳐 전북의 미래를 고민해달라는 얘기다. 25명은 전체 국회의원 300명의 8.3%다. 전북의 도세는 전국 대비 2%다. 전북의 정치력이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