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그리버드'. 위키백과에는 '로비오 모바일(Rovio)이 개발한 퍼즐 비디오 게임'이라고 나와 있다. 핀란드의 게임 개발사 '로비오'가 이 스마트폰 게임 앱을 출시한 것이 2009년 12월인데 불과 2년 만에 전 세계적으로 다운로드 5억 건을 넘어섰다. 그 인기에 힘입어 축제를 배경으로 한 '시즌', 브라질의 도시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영감을 얻은 '리오', 우주를 배경으로 한 '스페이스' 등 다양한 버전이 시리즈로 나오고 있다.
내용은 새들이 돼지 무리에게 빼앗긴 알을 되찾기 위해 몸을 던져 각종 장애물을 부수는 것. 이 새들은 검고 굵은 일자 눈썹(개그우먼 김미화씨가 맡았던 '순악질 여사' 눈썹을 떠올리게 하는) 때문에 화난 얼굴을 하고 있다.
지난해 말 '스마트콘텐츠 2011 어워드&컨퍼런스'에 초청돼 방한한 '로비오'의 헨리 호움 부사장은 강연에서 앵그리버드가 큰 인기를 얻는 이유로 '게임 스토리의 보편성'을 꼽았다. 먹을 것이라고는 풀밖에 없던 섬에 철새가 들어와 알을 낳으면서 그 것을 빼앗은 돼지와 알을 다시 찾으려는 새의 갈등은 이해관계가 얽힌 사회에서 늘 있는 일이고 단순한 이야기지만 그래서 오히려 사람들의 정서적 참여와 몰입을 이끌어 내고 있다는 것이다.
이 앵그리버드가 4·11 19대 총선에도 등장했다. 새누리당이 선거홍보로 제작한 코믹 UCC 동영상에서는 홍준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앵그리버드'로 분장해 화제를 모았고,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유튜브에 올린 투표독려 동영상에 앵그리버드 인형을 갖고 나와 "나쁜 돼지들이 견고한 기득권의 성에 숨었는데 착한 새들이 몸을 던져 성곽을 깨트리는 것이 앵그리버드"라며, 앵그리버드 한 마리 한마리가 유권자의 한 표라고 설명했다. 기득권을 나쁜 돼지로, 돼지를 공격하는 앵그리버드를 유권자로 비유해 기득권을 깨트리는데 유권자들이 나서야한다는 메시지였다. 또 어제는 4·11총선 출구조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던 박근혜 새누리당 선대위원장이 이준석 비대위원이 들고 온 앵그리버드 인형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사진이 인터넷에 올려지기도 했다.
어찌됐든 이번 선거에 등장한 앵그리버드가 '분노한 유권자'란 독특한 이미지를 갖게 됐다는 것은 흥미롭다.
2012년, 우리에게는 두 번의 중요한 선택이 있다. 그 중 하나는 이제 선택의 여지가 없는 현실이 되었다. 그 현실이 유권자를 다시 분노하게 하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