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의 교훈

▲ 김 계 환

한국과총 전북지역연합회장

동물이나 식물을 막론하고 모든 생물은 강한 종족 보존 본능을 지니고 있다. 식물의 종족보존에 대한 특성을 들여다보면 우리 인간에게도 여러 가지 면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식물의 종족 보존 특성은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른 견해를 가질 수 있다. 그러나 필자에 의하면 다음과 같이 몇 가지로 요약 할 수 있다.

 

첫째, 식물은 합리적인 주고받기로 상생을 한다. 예를 든다면 식물이 종족을 보존하기 위하여 종자를 맺어야 한다. 종자를 맺기 위한 전단계로 수정이 필요하다. 그러나 식물 자신의 힘으로 수정하기가 어려우므로 남의 도움이 필요하다.

 

장미나 아카시아와 같은 충매화는 벌이나 나비에게 꿀을 주고, 그 대신 꿀을 얻기 위하여 곤충에게 꽃가루의 매개를 부탁한다. 꿀을 따기 위하여 온 곤충들은 식물의 꽃으로부터 꿀을 얻고 그 대신 벌이나 나비 등의 다리에 꽃가루를 묻혀 다른 꽃으로 갈 때 다른 꽃의 암술머리에 꽃가루를 묻혀둔다.

 

이것이 바로 수분(受粉)과정이며 수분된 암술머리는 수정의 과정을 거쳐 종자를 맺게 된다. 이처럼 식물은 합리적인 주고받기로 서로 도움이 되는 상생을 도모하는 것이다. 식물의 꽃에 꿀이 없다면 곤충이 꽃을 찾아가지 않을 수 있다. 그렇지만 꿀을 얻기 위하여 곤충은 반드시 꽃을 찾아가는 것이다.

 

다른 예를 하나 더 든다면 벚나무의 경우는 열매를 이용하여 종자를 전파함으로써 종족보존을 꾀한다. 벚나무는 먹음직스러운 열매를 맺어 새들을 유혹한다. 열매가 빨갛게 익을 때 새들이 열매를 따먹는다. 열매의 과육은 새의 먹이가 되나 그 안에 있는 씨는 새의 뱃속에서 소화되지 않고 변을 눌 때 밖으로 나가게 된다. 이 때 밖으로 나간 씨는 발아가 되어 다른 한그루의 벚나무로 자라나게 된다.

 

새의 변은 벚나무 씨가 발아하는데 좋은 거름이 되어 새와 벚나무가 서로 상생을 하는 것이다. 우리 주위의 산에 벚나무가 눈에 많이 띄는 것은 대부분 이런 과정을 거친 것들이다. 이러한 메카니즘은 우리 인간사에서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인간관계에서도 적당한 주고받기가 필요하다. 일방적으로 주거나 받게 된다면 인간관계 역시 오랫동안 지속되기가 어려울 수도 있을 것이다.

 

둘째, 식물은 자기분수를 알고 상황에 알맞게 대처를 한다. 예를 들면 장미나 아카시아 나무같이 꿀을 가진 경우는 곤충이 날아와 매개를 도와주지만, 소나무나 오리나무처럼 꿀이 없는 나무는 꿀이 없기 때문에 벌이나 나비 등이 접근조차 하지 않는다.

 

꿀이 없는 소나무나 오리나무 등은 벌이나 나비가 찾아가지 않기 때문에 자기 분수를 알고 그에 대처할 줄 안다. 이 나무들은 많은 화분을 생산하며 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많은 양을 날려보낼 수 있는 상황대처 능력을 가지고 있다.

 

셋째, 식물은 서로 양보하고 협조하면서 살아간다. 몇 년전 필자의 연구실에 동료한분이 관음죽을 보낸 적이 있었다. 얼마의 시간이 지난 뒤 밑 부분에 새순이 몇 개 올라오기 시작했다. 밑에서 새순이 올라오면 기존의 잎들에 뒤엉켜져 엉망이 될 것 같아 내심 걱정이 되었다. 그러나 그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새순이 올라오니까 기존의 잎들이 비켜주어 새순이 잘 성장 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내심 걱정이 되었던 내 자신이 부끄러웠고, 우리가 배워야 할 교훈이 여기에 있었던 것이 아닌가 생각되었다.

 

식물의 종족보존에는 몇 가지 특성이 있다. 그것은 상생, 자기분수에 맞는 상황대처, 양보와 협조 등으로 요약될 수 있다. 즉 이것이 식물이 우리 인간에게 주는 교훈인 것이다. 식물의 종족보존 특성을 우리들이 삶의 교훈으로 받아들인다면, 어려운 세상을 살아가는데 적지 않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