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변화(?)

"부산에서의 선거는 참으로 어려웠습니다. 14대 선거 당시 대세가 아닌데 제가 부산에 출마하겠다고 하니까 사람들이 모두 안될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큰 새는 바람을 거슬러 날고, 살아 있는 물고기는 물살을 거슬러 헤엄친다'(大鵬逆風飛 生魚逆水泳)는 거창한 문구를 선거구호로 내걸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못다 쓴 회고록 '성공과 좌절'에 나오는 이야기다(153쪽). 어려운 상황을 헤쳐 나가기 위해 거창한 구호를 내걸고 운동원과 지지자를 독려한 배경을 표현하고 있다.

 

정치인에게 당선이란 곧 살아남는 것이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대부분 소신을 굽히거나 소신 자체를 바꾸기도 한다. 이것이 정치 하는 입장에서는 가장 어려운 점일 것이다. 노 대통령은 "자신은 소신을 지켜왔다"며 '선거, 왜 부산인가'를 소신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소신은 지역주의 극복이었다.

 

이번 4·11 총선에서도 지역주의 문제는 주요 관심사 중의 하나였다. 내리 3선을 한 지역구(경기 군포)를 버리고 새누리당 텃밭인 대구 수성 갑에 출마한 민주통합당 김부겸 의원이나 민주당 텃밭인 광주 서을에 출마한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도 소신이 돋보인 경우다.

 

김 의원은 40.4%, 이 의원은 39.7%를 얻었지만 모두 낙선했다. 철옹성 같던 곳에서 득표율이 이 정도로 나온 건 의미 있는 변화다. 김 의원은 "지역주의를 깨려는 민심을 확인했다."고 말했고 이 의원은 "제가 얻은 2만8000명의 유권자 한 사람 한 사람이 생각을 바꾼 것이 중요하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전북도 예외는 아니다. 새누리당의 정운천 후보는 낙선했지만 35.7%를 득표했다. 도지사 선거때 지지율 18.2%의 두배다. 그는 "3만명이 넘는 분들이 지지해 주셨다. 그 마음 소중히 가꾸고 키워 지역의 벽을 허물겠다."고 했다. 무소속 후보의 득표력도 놀랍다. 이명노 후보(무·진·장·임실) 43.9%, 김종규 후보(부안·고창) 33.7%였다. 각각 당선자와 5.4%, 5.6% 밖에 차이 나지 않는다. 이남기 후보(김제·완주)도 36.8%였다. 과거에 비하면 놀라운 변화다.

 

막대기만 꽂아도 당선되는 시대는 물러가는가. 지역주의 벽은 허물어져야 한다. 정치적인 의미에서도 그렇거니와 지역주민들에 대한 정치서비스 극대화 차원에서도 그렇다. 벌써부터 4년뒤 20대 총선이 기다려진다.

 

/이경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