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엔 벚꽃이 만개했다. 꽃구경을 나갔다. 전주천을 끼고 삼례로 이어지는 둑방길 벚꽃, 전주천변 벚꽃이 장관을 이루었다. 완주 화심에서 두부 한 모 먹고 소양 벚꽃축제에 갈려던 계획이 초입부터 찻길이 막혀 둑방길을 택했다. 그냥 놔두면 자연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감상할 터인데 축제란 걸 갖다 붙여 많은 사람을 짜증나게 하는 꼴이 꼭 후진국이다.
내친 김에 전주∼금산사 길로 향했다. 벚꽃 색깔이 선명하고 곱기로도 빠지지 않는다. 그런데 개화시기가 조금 일렀다. 다음을 기약했지만 엊그제 비바람에 벚꽃이 다 날리고 말았다. 벚꽃이 만개해 폼 잡을 즈음이면 꼭 비바람이 불어닥친다. 매년 그런다. 이젠 듬성듬성 막 피기 시작한 산 벚꽃이 유혹하고 있다.
꽃구경엔 가장 한국적인 가수 장사익의 '꽃구경'도 있다. 이 노래를 들으면 눈물이 난다. 아들이 꽃구경을 가자며 어머니를 업고 산엘 간다. 어머니는 처음에 좋아라 하고 업혀 갔지만, 점점 길어지는 발걸음에 꽃구경이 아니라 '고려장'이라는 걸 알게 되고 솔잎을 뿌린다. 아들이 되돌아 가는 길 헤맬까 걱정하며 솔잎을 뿌리는 장면을 연상하면 애절하다. 이걸 장사익의 목소리로 읊조리니 눈물 흘리지 않을 사람이 없다.
꽃은 저절로 피는 게 아니다. 인고의 기간을 견뎌낸 뒤 꽃망울을 터뜨린다. 실은 나무의 순이나 눈은 이미 가을에 생겨져 있다. 가을에 이파리를 들어보면 새로 생긴 순들을 볼 수 있다. 나무는 봄을 위해 여름이나 가을부터 자신을 준비하고 겨울에 차가운 비바람을 맞으며 담금질하는 것이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성공한 사람들은 나무가 차가운 겨울바람에 자신을 담금질하듯 내일을 위해 미리 생명력을 준비하고 세찬 경험을 통해 자신을 담금질한 뒤 비로소 화려한 인생의 봄을 맞이한다.
화려한 봄날 꽃구경 한번 가지 못하고 보낸 세월이 많다. 막걸리 몇잔 걸치고 지난날을 곱씹으며 흥얼거려 보자. 한영애의 '봄날은 간다'가 제격이다. 한낮은 벌써 여름이다.
/이경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