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회 전주국제영화제의 개막작 프랑스계 위르실라 메이에 감독의 두 번째 장편 <시스터> 는 전작인 <홈> 과 같이 비대칭으로 싹둑 잘린 앞머리처럼 갑작스레 문제를 제기하는 방식이 매력적이다. 홈> 시스터>
알프스 자락에 위치한 한 스키장에서 누나 루이와 남동생 시몽이 주인공이다. 그는 어렵게 구한 스키장의 출입증을 이용해 스키장에 놀러온 관광객들의 가방과 옷, 스키 장비를 훔쳐 팔아 살아가고 있다. 도둑질을 해야만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시몽의 아슬아슬한 삶은 벼랑 끝에 매달린 것처럼 위태로워 보인다. 고단한 삶을 살면서도 자신감으로 똘똘 뭉친 시몽은 늘 용돈을 주고 돌봐야 하는 철없는 누나 루이를 다독이며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시몽의 도둑질이 발각되고, 평온할 것만 같았던 시몽의 삶에 위기가 찾아온다.
영화 속 어린 시몽의 삶은 마치 사력을 다해 훔친 물건들로 가득 찬 썰매만큼이나 버거워 보인다. 어른들로부터 외면당한 채 어른 아이가 된 소년은 사랑을 요구하는 감정표현 또한 서툴다. 스키장에서 만난, 엄마를 연상시키는 얀센 부인과 하나 뿐인 혈육인 누나에게 마저 애정을 계산하려 드는 시몽의 모습은 기형적이다 못해 가엾다.
영화는 이렇게 어두운 성장 터널을 통과하는 시몽의 이야기를 따라간다. 그런데 어째서 제목은 <시스터> 일까. 그것은 시몽에게 있어 끝없는 결핍의 원인이자 이 힘겨운 삶을 이겨내는 힘이 바로 누나 루이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서로에게 '상처'이면서도 유일한 '안식처'가 되어준다. 영화는 이들이 깊숙이 숨겨놓은 상처를 들춰내고 그것을 마주하는 남매의 모습을 덤덤하게 보여주고 있다. 시스터>
최대한 음악을 배제하고 인물들의 숨소리로 채워지는 화면. 케이블카 안에서 내려다 본 아름다운 알프스의 설경과 시몽이 사는 황량한 아파트 사이의 간극만큼이나 멀고 건조한, 그래서 관객마저도 이들의 상처에 무관심한 세상의 일부로 만들어버리는 카메라의 시선. 일상 속에서 팽팽한 긴장감을 끌어내는 감독의 화술과 관객의 감정이입을 차단하는 편집, 환상적인 배우들의 연기는 영화 안에서 훌륭한 조화를 이룬다.
특히 <미션 임파서블 4: 고스트 프로토콜> 에서 얼굴을 알린 프랑스의 주목 받는 신인 여배우 레아 세이두와 유년에게 주어지는 무한한 애정과 욕망을 거세당한 채 살아가는 시몽의 외로움을 섬세하게 표현한 케이시 모텟의 연기는 이 영화를 서글프지만 비참하지 않게, 절망적이지만 희망적이게 만드는 놀라운 힘을 보여준다. 전 세계 선풍적인 인기를 끈 미드 시리즈 'X파일' 시리즈의 스컬리 요원, 질리안 앤더슨의 모습도 반갑다. 미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