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계의 한시는 그동안 여러 전문가들에 의해 번역 소개됐지만, 대개는 직역을 위주로 했기 때문에 일반 독자들의 공감과 이해를 얻기가 어려웠다. 퇴계학을 전공한 전북대 김기현 교수가 퇴계의 매화시를 번역한 뒤 해설을 달고, 안도현 시인이 이를 바탕으로 오늘날의 시감각으로 새롭게 구성한 시를 곁들인 책을 냈다. '열흘 가는 꽃 없다고 말하지 말라'(휴먼앤북스)
이 시집에는 퇴계가 쓴 107편의 매화시들 중 94편의 시가 소개됐다. 제외된 나머지 시들은 시적 대상인 매화가 너무 단조롭게 처리되었거나, 시구에 고사(故事)가 너무 많아 그것이 품은 함의를 일일이 드러내기가 어렵다고 판단된 것들이다.
우리 땅의 이미지와 그 속에 깃든 삶과 역사를 그려온 서양화가 송필용씨의 매화 그림이 삽화가 퇴계의 시와 어우러져 그 정취를 더한다.
안 시인의 고교 선배인 문학평론가 하응백씨는 발문을 통해 안도현 시인이 시의 세계에 입문하게 된 과정과, '이화(梨花)로 물으니 매화(梅花)로 답했다'는 내용이 소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