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살리는 품격있는 문화

김진아 익산문화재단 경영기획실장

 
얼마전 사회적 기업에 몸담고 있는 후배와 담소를 나누다 안타까운 얘기를 전해 들었다. 입주한지 일 년도 안되는 영구 임대 아파트에서 지난 몇 달 사이에 노인들의 자살이 3건이나 발생했다고 한다. 자살 이유는 '외로움'이었다. 하루 종일 아파트에 갇혀, 말 한마디 건네는 사람 없고,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 없는 그래서 세상에서 쓸모가 없다는 우울증이 밀려와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는 어르신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가슴 한 켠이 저려온다.

 

수백 세대가 모여 사는 아파트의 불빛은 따뜻하지만, 그 안에 살고 계신 분들은 정작 외로웠다. 군중 속의 고독은 비단 어르신들만이 느끼는 건 아니다.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요즘 일중독에 빠진 필자의 입에서도 최근 가장 많이 나오는 푸념이기도 하다.

 

'아~ 외롭다' 시계 초침처럼 분주하게 짜여진 일상을 살고 있는 사람들은 어느 정도 공감하는 얘기가 아닐까 싶다.

 

사람이 사는 곳에서 사람이 그리운 이중적인 모순 속에서 우리는 살고 있다. 복지 정책의 문제로 치부하기에는 아쉬운 구석이 있다. 외로움은 사람이 온기가 닿아야 치유가 되는 병이다. 단순한 물질의 지원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인 것이다.

 

대한민국 헌법 10조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헌법에 따라 우리 각자는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 행복해지려고 결혼하여 가족을 만들고, 행복해지려고 사업을 벌이고, 근로를 하며, 행복해지려고 여행을 가며, 오늘도 자기개발에 열심이다. 이렇게 하는 것은 우리의 권리이다. 행복과 관련하여 그 추구함의 권리는 무궁무진하다.

 

그렇다면, 21세기를 살고 있는 우리는 이제 보다 품격 있는 행복을 추구해야 하지 않을까?

 

감히, 삶의 질을 높이는 '품격'을 제안한다.

 

그 중에서 문화를 통한 품격은 인 마음의 병을 치유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품격 있는 삶은 결국 사람답게 사는 방법이고, 내 삶에 만족을 주며, 사회를 돌아볼 줄 아는 나눔의 마음이 생길 수 있다.

 

그리하여 세상과 단절된 것이 아니라, 세상과 소통하며,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문화의 향유자이자 생산자로서의 삶을 사는 것이다. 즉 '사람을 살리는 문화'이다. 이웃과 만나고, 정을 나누고, 소통할 수 있는 문화 즉 사람을 살리는 문화. 성과와 결과 위주의 사회에서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가치 이상의 가치는 아닐까?

 

은퇴를 설계할 때 연금 통장 못지 않게 중요하게 준비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한 가지 악기에 도전하라. 음악을 통해 아름다운 선율을 즐기고, 사람을 만나고, 악기에 대한 도전은 인생 2막의 새로운 꽃을 피우게 할 것이고, 품격 있는 문화 생활을 향유할 수 있는 삶의 주체자로서 행복을 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가지 사례를 들며 글을 마칠까 한다. 70~80대로 구성된 익산의 어느 실버 난타팀은 10분 공연을 소화하기에 팔 힘이 부족하다. 공연 후반부로 갈수록 스피드는 떨어지고, 얼굴은 벌게지지만, 그 분들이 보여주는 진지한 감동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이런 게 문화의 품격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