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원시 산내면 와운마을에 사는 상훈씨네 가족은 요즘 산나물을 체취하느라 바쁘다. 4대가 살고 있는 상훈씨네는 어떤 산나물이, 어디에서 잘 자라는지 비밀 장소를 알고 있다. 어버지께서는 어떤 나물을 채취할 것인지 하루 전날 가족들에게 공지를 내린다고 한다. 산동네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조상 대대로 내려오는 자연 텃밭이 있다. 서로의 자연 텃밭을 인정하는 약속이다.
나도 오늘은 배낭을 메고 산나물을 찾아 숲으로 간다. 발길 닿는 곳마다 음식이 널려 있다. 질경이, 원추리, 고추나물, 취, 다래순 등 제철에 자연이 주는 음식은 우리에게 음식이자 치료약이다. 자연 음식이 자라는 성장 과정을 살펴보면 참 경이롭다. 나무와 나무사이에서 햇볕을 받아 양분을 저장해서 살아간다. 숲은 서로가 살아가기 위한 소리 없는 전쟁을 하고 있다.
식물들은 큰 나무들 사이에서 공생하기 위한 방법을 터득했다. 얼음순이나 다래순 넝쿨은 큰 나무를 휘감으며 나뭇잎 사이로 들어오는 햇볕을 받는다. 질경이가 살아가는 공간은 주로 사람들 발길이 많은 곳에 살고 있다. 햇볕을 많이 받는 곳에서 살고 있어 잎이 강해 사람들 발길에도 굴하지 않는다. 고비나물은 약간 습한 곳에서 살고 있다. 그래서 빨리 꽃이 펴버린다. 고비를 먹으려면 시기를 잘 맞춰서 꺾어야 한다. 잔대는 주로 야산에 많이 서식하고 있다. 작지만 줄기가 강해서 그늘진 곳에서도 잘 살아간다.
산나물은 주로 살짝 데쳐서 무쳐먹는 음식이다. 생으로 먹는 나물은 향이나 맛이 강해 주로 쌈 싸먹을 때 좋다. 산나물을 데쳐서 먹으면 여러 가지 맛을 낼 수 있다. 그래서 삶고 말려서 먹는 음식은 산에 잘 발달됐다. 생으로 먹는 음식은 우리 몸에서 즉각적인 반응을 한다. 몸에 독이 될 수 있고, 약이 될 수 있는 것.
자연 음식이란 우리에게 어떤 영양을 줄까, 스스로 의문을 던져본다. 아침은 신선한 음식, 점심은 비즈니스맨처럼 역동적인 음식, 저녁은 농부처럼 소박한 음식을 먹자는 것이다.
올해 다래순나물은 봄비가 적당하게 내려 잘 자란 잎이 부드럽고 향이 깊다. 다래순은 '동의보감'에 '심한 갈증과 가슴이 답답하고 열이 나는 것을 멎게 하고 결석치료와 장을 튼튼하게 하며 열기에 막힌 증상과 토하는 것을 치료해 예로부터 우리 조상들은 식용과 약용 등으로 이용해왔다'고 전한다. 다래순에는 비타민과 유기산, 당분, 카로틴 등을 비롯해 비타민 C가 풍부해 항암 식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다래순에는 비타민 C와 타닌이 풍부해 피로를 풀어주고 불면증에 도움을 준다.
그러나 독초를 봄나물로 오인해 식중독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봄나물에 대한 충분한 지식이 없을 경우 야생 식물류를 함부로 채취해 섭취하는 것은 금물이다.
[만드는 방법]
△ 재료 = 다래순, 장, 소금, 들기름, 통깨, 대파, 들깨가루
① 마른산나물과 물을 충분하게 넣고 삶는다. 삶는 시간은 일정하지 않다. 나물 줄기가 푹 삶아져야 한다. 삶아진 물을 버리지 말고, 반나절 정도 담가놓는다.
② 삶아진 나물을 찬물에 헹구어 한나절 정도 담가 놓는다.
③ 물이 잘빠지도록 채반에 나물을 건져 놓는다.
④ 산나물에 장, 들기름 등을 넣고 밑간을 해놓는다.
⑤ 물기를 머금은 밑간이 된 나물을 팬에 볶는다.
(여름철에는 깔끔하게 볶는다. 찬바람이 불면 들깨가루를 넣고 볶으면 맛이 더욱 좋다.)
⑥ 대파 통깨를 넣고 장으로 간을 맞춰 마무리 한다. (하얀 나물일 경우 소금으로 간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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