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은 2001년부터 꼬박 7년 간 목숨을 걸고 1930년대 만주항일 독립투쟁을 다룬 장편 대하소설'마적'을 탈고한 뒤 뒤늦게 '실천문학'(2007)으로 등단했다.
지인들이 그의 짧은 생을 안타까워하는 것은 글에 대한 무서운 집중력을 가진 고인을 잘 알기 때문일 것이다. 세월이 무심히 흐르는 동안 그를 그리워하던 문우들은 그가 쓴 원고를 손보고, 다듬고, 매만졌다.
그 첫번째 결실로 나온 '시골무사 이성계'(다산북스). 지리산 자락 황산에서 벌어진 왜적과 고려군간의 단 하루 동안의 핍진한 전투를 다룬 '시골무사 이성계'는 지난 3월 출간되자마자 안팎의 반향을 일으켰다.
그의 오랜 지기 영화평론가 신귀백씨는 "그의 작품을 읽노라면, 어찌나 열심히 살았는지 '죽어도 죽지 않는다'는 말을 떠올리게 된다"고 했고, 안도현 시인 역시 "완벽주의자 서권이 있었다면 출간은 엄두도 못 냈을 것이다. 꾀를 내서 하늘로 올라갔으니 다시는 내려올 생각을 말아야 남은 이들이 또 다른 작업을 이어나갈 것"고 했다. 여기서 또 다른 작업은 14권 짜리 대하소설'마적'과 중·단편 소설을 일컫는 것이다.
전북작가회의는 이날 유가족에게 장서표를 전달했다. 아내 송순화씨는 "남편의 영혼을 살리는 '씨앗불'이 된 것 같아 감사하다. (그가) 하늘 나라에서 고마워하고, 미안해하고, 기뻐할 것"이라고 전했다. 또다른 유작이 새로운 독자들과 만나 새로운 풍경을 만들어내기를 소망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