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 오르며 학생과 소통"

전주 동암고 오현철 교사, NIE·학급문집·자치법정 통해 벽 허물어…오늘 제31회 스승의 날

▲ 학생들과 등산을 하며 소통을 한다는 전주 동암고등학교 오현철교사가 14일 자신의 반 학생들과 함께 환한 웃음을 짓고 있다. 추성수기자chss78@

매년 학생들과 산을 찾는 선생님이 있다. 등산이 좋아서라기 보다 학생들과 함께 어울리는 시간을 가지며 그들과 소통하고 싶어서다.

 

전주 동암고등학교 오현철 교사(46·사회)는 8년전부터 담임을 맡은 반이나 동아리 학생들과 어울려 지리산, 덕유산, 모악산에 오른다.

 

"성공만을 강조하는 세태에서 아이들은 벽에 부딪혔을 때 어디 하소연할 곳도 없어요. 그래서 누구보다 외롭고 정서적으로도 안정돼 있지 않아요"

 

이런 아이들의 정서를 함양하고 인성을 길러주기 위해 매년 서너차례 정도 사제동행 등산을 시작했다는 오 교사.

 

처음에는 쉬는 날에 무슨 산이냐고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던 학생들도 이제는 언제 또 산에 가냐며 보챈다고 한다.

 

"요즘 아이들은 흙을 밟아 볼 일이 드물어요. 그래서 자연이 주는 선물에 감사할 줄 모르죠. 자연에서 얻는 많은 것들을 나누는 법과 정상까지 가는 여정에서 때론 서로에게 기대며 우리는 하나라는 것을 아이들이 배워가는 모습을 보는 것이 가장 큰 보람이죠."

 

그의 열정은 학교에서 유명한 일벌레로 불린다는 게 뒷받침한다. 그래서 별명도 '벌'이고, 그의 반에서 만드는 신문도 '벌떼신문'이다.

 

이 신문에서는 학생들이 직접 기자가 되어 학급 내 소소한 이야기, 학교에 바라는 점, 특별한 교과 프로그램 등을 소개한다.

 

오 교사는 평소 신문활용교육(NIE)에도 관심이 많아 NIE와 관련된 교과 연구회에서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

 

사회현안 및 이슈를 다룬 신문기사를 가지고 학생들이 스스로 토론하도록 유도하기 위해서고, 이를 통해 학생들이 자연스레 세상을 보는 비판적 사고를 기르도록 하기 위함이다.

 

뿐만 아니다. 아이들의 소소한 얘기를 담은 학급문집도 지속적으로 발간하고 있다. 학교소식을 실은 교지보다 더 두꺼운 것으로 유명한 그의 학급문집도 학생들의 풍부한 문학적 감수성을 키워주는 취지로 시작했다.

 

특히나 그는 교내에서 학생자치법정과 토론반을 지도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하면서 학교폭력 등 학교문제를 사전 차단하고 있다.

 

그가 지난 2010년 만든 자치법정은 판사·검사·변호사·배심원·서기 역할을 맡은 학생들이 교내에서 벌어진 규정 위반 사례들을 스스로 처리한다.

 

흡연이나 지각, 무단결석, 월담, 경미한 학교폭력 등 비교적 가벼운 사안을 다루지만, 이 속에서 학생들은 법과 규칙, 질서의 중요성을 깨닫고 있다.

 

오 교사의 열정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매학기 초 '학급경영계획서'를 만들어 학부모에게 전달하고 있다.

 

이 계획서에는 일년간의 학사일정과 학급목표, 학급경영 실천방안 등이 제시돼 있다. 오 교사가 평소 강조하는 Plan(계획), Do(실천), See(평가)가 집대성 된 것.

 

학생과 학부모들의 반응도 좋다고 한다. 학급경영에 대한 투철한 신념과 계획에 자녀를 믿고 맡길 수 있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게 하기 때문이다.

 

그는 내일도 학생들과 산에 오를 준비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