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몇 년 전만해도 선글라스(sunglass)를 쓰고 밖에 나가기 꺼려졌다. 흔하지 않은 패션이었기에 지나가는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기 때문. 나쁜 짓을 한 것도 아닌데 부끄럽게만 느껴졌다.
이제는 밤낮 할 것 없이 선글라스를 낀 사람들이 거리를 활보한다. 햇볕이 강하고 뜨거운 날은 기본이고 비가 오거나 날이 어두어도 패션으로, 멋으로 선글라스를 이용한다. 연예인들만 이용하는 '특별한 아이템'에서 생활 속 '흔한 아이템'이 된 선글라스. 그런데 이 서양스러운 물건의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그 시작에는 중국이 있다.
지금과 같은 선글라스 모양은 11세기경 중국 송나라 시절 생겨난 것으로 보고 있다. 판관들이 연수정(煙水晶)을 이용해 색안경을 만들어 썼는데 이는 심문하는 자들에게 마음을 읽히지 않기 위해 발명됐던 것. 1430년경에 들어서 시력 교정용 안경이 이탈리아로부터 도입되게 되는데 이때도 재판정에서 사용할 목적으로 검게 칠해졌다. 재미있는 것은 이 시대의 선글라스는 연기에 그을려 색을 냈는데 이 기술 또한 중국에서 만들어 졌다는 것이다.
이렇게 판관들을 위해 다소 나쁜(?) 목적으로 만들어졌던 선글라스는 1940년대에 들어서 드디어 현재와 같은 목적을 갖게 됐다. 미(美) 육군 항공단 존 맥클레디(John Macgready) 중위가 논스톱으로 대서양을 넘으면서 한 회사에 조종사들을 위한 보안경 제작을 의뢰했다. 당시의 조종사들은 고공비행 중 강렬한 햇빛 때문에 심한 두통과 구토증으로 몹시 고통을 받았는데 이때 만들어진 선글라스로 그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존 맥클레디의 청원으로 만들어진 이 선글라스는 아직까지도 브랜드로 남아있는 레이벤(Rayban)이다.
이렇게 선글라스는 판관들의 공무 및 항공 조종사들의 눈 보호 같은 기능성 안경에서 시작해 이제 패션으로 진화했다. 선글라스 렌즈의 기능도 가지각색이지만 그 보다도 사람들이 신경 쓰는 것은 선글라스 테의 모양, 전체적인 디자인, 그리고 색. 강한 태양광선으로부터 눈을 보호하거나 겨울철 눈이 내린 산이나 들에서 자외선을 피하기 위하여 사용하는 것은 기본이고 이제 민낯 가림용이나 패션 액세서리로의 쓰임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
둥근 얼굴일 경우 사각 프레임을 선택하면 세련된 분위기를 더할 수 있고 각진 얼굴일 경우에는 반대로 테가 둥근 모양이 좋다. 얼굴이 크다고 무조건 렌즈 크기가 큰 형태를 택하는 것은 금물. 그 보다는 테 자체에 무늬가 화려하거나 렌즈 모양이 독특한 것을 착용하면 시선을 선글라스로 끌어 단점은 보안된다. 렌즈의 색도 여러 가지인데 사실 기능이 조금씩 다르다. 햇빛이 강한 곳에서는 자외선 차단 효과가 큰 녹색이나 회색 계통 렌즈를, 운전할 때는 신호등의 색깔 구분이 명확하도록 갈색 계통이 좋다. 노란색이나 붉은색 렌즈의 선글라스는 흐린 날이나 원거리 경치에 선택한다.
우리에게 선글라스로 기억되는 사람을 한 명 뽑으라면 박정희 전 대통령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까지 남아있는 박 전 대통령의 사진에는 온통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있는 모습. 이와 비슷하게 북한의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과 카다피 전 리비아 대통령도 선글라스를 쓰고 있는 사진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마치 중국에서 판관을 위해 선글라스를 만들었던 것처럼, 자신의 표정은 감추고 상대를 위압하는 효과가 이들 사이의 공통점을 풀어주는 열쇠일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