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통에 소리새가 산다

최정아

캔 뚜껑을 따는 순간 날갯짓이다

 

밀봉의 힘으로

 

소리가 날았다

 

저녁노을에 깃털을 물들이는 새처럼 가끔 누군가의 손을 물고

 

핏빛으로 날았다

 

발길에 찌그러지면 부러진 다리로 다시 일어나는 새

 

새는 죽어서도 새가 된다는 전설을 믿는 눈치다

 

몇 번이나 바닥을 구르면서도

 

빈속에 품은 공기는 버리지 않았다

 

구둣발로 차일 때면

 

재활용센터 합숙하는 새가 부럽기도 했다

 

냅다 발에 밟혀 찌그러진 뒤에도

 

햇빛을 받아 반짝여야 한다는 것

 

부러진 가지 끝에 매달린 풋 열매 같지만

 

소리는 깡통의 힘

 

텅 빈 속 더 크게 울려야 한다

 

다시 태어날 때까지 소리를 놓지 않을 것이다.

 

※ 최정아 시인은 〈시선〉 시 당선. 시집 「밤에도 강은 흐른다」 「봄날의 한 호흡」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