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페미니즘의 현주소

신수영 前 원광대신문 편집장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라는 말이 사회에 팽배했을 때가 있었다. 지금은 어떠할까. 과거에 비해 현대여성들의 지위는 얼마나 나아졌을까?

 

여성 억압의 원인을 밝히고 궁극적으로 여성 해방을 목표로 운동하고자 했던 페미니즘의 시초인 자유주의 이론이 출현하고부터 지금까지 많은 이들이 노력해왔지만 그 빛을 보기에는 아직 역부족한 듯하다. 물론 사회에 진출하지도 못하고, 그저 안방마님으로만 살았던 조선시대와 비교한다면 그 변화는 크겠지만 말이다.

 

자유주의, 마르크스주의, 급진주의, 사회주의 등으로 점차 페미니즘의 이론이 발전하고 현 사회에 맞춰 그 해결책을 내놓고 있긴 하지만, 아직까지 그 성과가 발휘하지는 못하는 것 같다. 현재까지도 여성들의 지위는 남성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이다. 겉으로 남녀평등이 이뤄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소위 말해 '먹을 것이 많은 밥그릇'에는 아직도 남성 비율이 현저히 높은 것이 현 상황.

 

여성 억압에 관한 수많은 원인 중 가장 신뢰받고 있는 대표적인 것이 우리나라 뼈 속 깊게 자리 잡은 '가부장제도'이다. 안사람, 바깥사람이라는 말로 여성을 집안에서 활동하는 사람으로, 남성을 사회에서 활동하는 사람으로 구분 짓고 여성과 남성의 역할을 나눠 생활해온 지금까지의 역사가 우리사회 여성을 이 지경까지 몰고 간 것이다. 필자 또한 어렸을 때부터 봐왔던, '엄마와 아빠'의 관계를 보면서 '남성과 여성'의 역할을 학습해 왔는지도 모르겠다. 아니, 사실상 나 뿐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정의 모습에서 사회의 모습을 배워왔다.

 

때문에 생물학적 성의 역할로 인해, 여성이 출산과 양육을 하는 과정에서 사회에 배제되고, 그 기간 동안 남성지배적 사회가 이뤄져, 결과적으로 지금의 남성지배 이데올로기를 정착시켰다는 급진주의 페미니즘의 이론이 맞을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여성 억압의 해결책을 생물학적 성역할을 없애야 한다는, 즉 여성이 출산을 하는 과정을 기술의 발전을 통해 남성에게 전가시키는 등의 과정만이 그 '방법이다'고 말하는 것은 아직 받아들여지기 힘든 해결책이 아닐까.

 

사실, 사회가 발전하고 여성의 지위가 상대적으로 높아 진다해도 남녀가 완전한 평등을 이루기는 어렵지 않나 조심스레 생각해본다. 우리가 갖고 온 수백 년의 역사가 단기간에 치유될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자본주의 사회인 21C에는 경제적인 면에서 여성이 완전한 자유를 이룰 때, 비로소 여성억압도 서서히 완화될 것이라고 본다. 이것 또한 지금의 역사만큼이나 수많은 시간이 걸리겠지만 말이다.

 

브랜드 MCM으로 유명한 성주그룹 CEO인 김성주 회장은 "여성이 예뻐지기 위해 노력해서 부잣집 마나님이 되는 것, 예전엔 나쁘진 않았지만 현대 여성이 추구할 바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렇다. '취집(취직+시집)'이라는 말이 생긴다는 것 자체가 이미 남녀평등을 이루고자 하는 마음이 없다는 증표일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진정으로 주장해야 할 점은 여성 억압의 원인과 터무니없는 해결책을 내놓는 것이 아니라 이미 기울어져 버린 축구장에서 어떻게 여성들이 살아남을 수 있을지 생각하는 것이다. 자책골을 넣을 것인지, 오르막길을 올라가 1골을 터트릴 것인지. 이제, 우리가 생각하고 주장해야 할 페미니즘은 무엇인지 함께 고민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