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원 '도심 속 향기원' - 텅빈 옛 역, 가득 채운 허브 향

"아, 날씨 좋다." 이런 감탄이 나올 때면 불쑥 떠나고 싶은 마음이 밀려온다. 비록 수많은 사정으로(?) 당장 떠날 순 없지만, 이렇게 화창한 날씨라면 어디든 즐거울 것만 같다. 블로그'전북의 재발견'(blog.jb.go.kr)과 함께하는 전북도 블로그 단은 도심 속 꽃밭을 소개한다. 빨간 양귀비에 뒤덮여 동화 속 정원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곳, 폐역사에서 시민들의 마음의 안식처가 되고 있는 남원 '도심속 향기원'이다.

 

바쁘게 돌아가는 남원시 한 가운데 거짓말처럼 조용하게 자리잡고 있는 '도심속 향기원'. 이곳은 도시와 자연의 만나는 곳이다. 장미 넝쿨로 둘러 쌓인 하얀색 담장 너머로는 높게 솟은 아파트 단지·빌딩·상가 그리고 차들이 달리고 있지만, 안으로 들어서면 빨간 양귀비와 푸르름이 펼쳐지면서 한없이 평화롭다.

 

남원 '도심속 향기원'은 남원역이 신부지로 자리를 옮기면서 구역사에 부근에 세워진 공원이다. 흔히 폐역사라고 하면 사람들의 발길이 끊긴 쓸쓸한 곳이라고 생각하지만, 이곳 향기원은 여름에는 양귀비의 붉은 빛으로, 가을에는 선선한 코스모스 향기로 사람들을 유혹한다. 아름다운 꽃도 꽃이지만, 사람들이 유독 이곳 향기원을 찾는데는 세 가지 이유가 있다.

 

■ 가벼운 스트레칭 뒤 철로 위 걸으며 추억 속으로

 

첫째, 사람들의 코를 즐겁게 해주는 허브다. 허브축제로 유명한 남원답게 향기원 입구에 들어서면 살랑살랑 부는 바람결 사이로 로즈마리와 라벤다 향을 느낄 수 있다. 로즈마리는 손으로 한번 쓰다듬어 주면 더욱 진한 향기를 맡을 수 있다.

 

강하고 상쾌한 향이 매력적인 허브는 종류마다 제각기 다른 효능을 가지고 있지만, 대부분 마음을 진정시키고 숙면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남원 시민들의 피로를 이 녀석들이 다 풀어주고 있는 셈이다.

 

'잘 키워 보겠노라'고 장날 큰 맘 먹고 사온 허브는 항상 그 크기에서 시들어 버리곤 했지만, 이곳 허브는 동글동글 어찌나 예쁘게 잘 자랐는지 겉모습만 봐도 푸른 기운이 그대로 전해진다. 또 그 향기는 어찌나 좋은지 느티나무를 중심으로 심어진 허브향에 취해 벤치에 한참이나 앉아 있었다.

▲ 향기원의 장점은 연인·가족·친구와 함께 직접 철로 위를 걸을 수 있다는 점이다. 양쪽으로 한 가득 피어있는 꽃을 보며 철로를 걷다보면 옛 남원역을 볼 수 있다.

둘째, 꽃을 바라보며 생활체육을 즐길 수 있다. 요즘 같이 더운날에는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나고, 뜨거운 햇빛에 타면 어쩌나 하는 이유로 운동을 미루게 된다. 그러나 이곳에서는 꽃향기를 맡으며 가벼운 운동을 즐길 수 있다. 아름다운 꽃을 바라보며 즐기는 운동은 그 효과도 다른 곳의 곱절은 되지 않을까.

 

향기원의 체육시설은 입구쪽과 안쪽 중심부, 총 두 곳에 위치해 있는 데다, 시작과 중간 지점에서 가벼운 스트레칭을 하고 선선한 바람을 쐬며 땀을 식히는 것도 아주 좋은 방법이 된다.

 

꽃단지로 들어서면 눈을 의심할 만큼 넓게 펼쳐진 양귀비를 볼 수 있다. 현재 남원 향기원에는 빨간 양귀비가 절정을 이루고 있다. 덕분에 요즘 이 꽃을 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향기원을 찾고 있다.

 

셋째, 연인·가족·친구와 함께 직접 철로 위를 걸을 수 있다는 점이다. 양쪽으로 한 가득 피어있는 꽃을 보며 철로를 걸으면 석탄 대신 꽃을 양껏 실은 꽃마차가 지나가는 기분이 든다. 꽃과 기찻길만이 펼쳐지는 이곳에 서 있으면 째깍째깍 거리는 시계를 든 토끼가 발을 동동 구르며 저만치 뒤편에서 나를 기다릴 것 같은 상상이 든다. 마치 다른 세계로 시간여행을 온 것처럼 끊없이 펼쳐진 꽃과 철길이 사람들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는다. 기찻길을 따라 걷다 보면 예전 모습 그대로 남아있는 구 남원 역도 볼 수 있다.

 

■ 일상에 지친 몸, 대가 없이 위로 해주는 빨간 양귀비

 

역으로서는 이미 제 기능을 다해 폐역이 돼 버렸지만, 이처럼 사람들의 평온한 발자취가 있는 곳이 어디 또 있을까. 과거에는 떠나는 이들의 마지막 발길이 머무는 곳이었으나 이제는 휴식처럼 느리고 편안한 걸음이 있는 곳이다. 평온함은 엄마를 따라 나온 어린 아이도, 잠깐 쉬러 온 직장인도, 마실나온 나이지긋한 어르신들께도 모두 다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 현재 남원 향기원에는 빨간 양귀비가 절정을 이루고 있다. 양귀비의 꽃말처럼 방문객들은 위로를 받는다.

향기원을 가득 매운 빨간 양귀비의 꽃말은 '위로' 라고 한다. 이곳을 찾은 많은 사람들도 꽃향기에 위로를 얻지 않았을까. 특색 있는 관광지를 만들기 위해 조형물을 세워거나, 억지로 스토리를 만들어 끼워 넣지 않았다. 단지 그 '향기' 하나로만 이렇게 사람을 매혹시킬 수 있는 것이 춘향골 남원 아닌가.

 

바쁜 일상에 지쳐버린 몸의 피로를 풀고 싶다면 입장료는 없다. 오히려 '휴식처'를 제공해 드린다. 그동안 비싼 돈을 지불하며 피로를 풀었다면 이번 주말에는 양귀비가 전해주는 따뜻한 위로가 있는 남원 향기원으로 떠나보는건 어떨까.

▲ 우 미연 전북도 블로그 기자

 

 

※ 우미연 씨는 2012 전라북도 블로그 도민 단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현재 전주대 문화관광학부 관광경영학과에 재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