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공비(辦公費)로 불리는 업무추진비는 공무를 처리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다. 기관운영 업무추진비는 통상적인 조직 운영이나 대민활동, 유관기관과의 협조 등 포괄적 직무 수행에 소요되는 경비이고 시책추진 업무추진비는 주요 행사나 주요 투자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한 경비다. 여러 업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쓰일 수 밖에 없는, 일종의 윤활유 역할을 하는 비용이다. 하지만 사적으로 사용해선 안되는 돈이다.
그런데 전북도교육청과 시군 교육지원청이 '부서운영 업무추진비'를 축의금과 부의금 등에 사용하다 감사원한테 적발됐다. 지난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간 6053회에 걸쳐 2억7881만원에 이르는 돈을 이런 식으로 사용한 것으로 감사원이 밝혀냈다.
기관별로는 도교육청이 1억3164만원을 썼고 1000만원 이상인 일선 지원청은 전주(1966만원), 남원(1471만원), 익산(1408만원), 군산(1362만원), 순창(1273만원), 김제(1256만원), 임실(1140만원), 부안(1114만원) 등이다.
부서운영 업무추진비는 말 그대로 통상적인 실·과 등 조직운영에 소요되는 경비다. 공적인 업무에 사용해야 할 돈이다. 개인용도로 사용할 수 없는 데도 마치 개인 호주머니 돈 처럼 부서장 개인의 축의금이나 부의금으로 사용하다 적발된 것이다.
아마 관행처럼 사용해 왔을 것이다. 잘못된 관행은 바로 잡아야 한다. 감사원이 관계 공무원들에 대해 '환수(還收)' 조치를 취한 건 당연하다. 최소 8만원에서 최대 810만원의 환수 금액을 관계 공무원(개인 또는 부서) 90여 명에게 통보한 모양이다.
음식도 잘 못 먹으면 체하는 법이다. 국민 세금을 자신의 개인 애경사에 집행하도록 묵인 또는 강요한 부서장은 환수 조치를 당해야 마땅하다. 여간 수치스런 일이 아니다.
문제는 이런 일이 과연 교육행정기관에게서만 벌어졌을까 하는 데에 있다. 일반 행정기관의 경우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일반 행정기관의 부서장들은 이번 감사원 감사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 부서운영 업무추진비를 본래 목적 외에 사용치 않도록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이번 감사에서는 시설공사를 포함한 각종 사업에서 예산 부풀리기와 불법 수의계약, 리베이트 수수 등 여러 불법 사례도 드러났다. 김승환 교육감은 "본인만 청렴하면 뭐하느냐"는 세간의 비난을 새겨들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