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펙트 스톰

세계 경제가 심상치 않다. 그리스에서 시작된 경제 위기가 유로존으로 확대 되면서 전 세계 경제가 휘청거리고 있다. 만약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가 현실화되고 스페인의 재정위기가 걷잡을 수 없게 되면 세계 경제는 대공황 상태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김석동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이번 유럽 사태가 1929년 대공황에 버금가는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지난 4일 밝혔다. 그는 그리스에서 시작된 유럽 재정위기가 스페인으로 번지는 것은 유럽 주변국에서 중심국으로, 정부의 재정위기에서 민간까지 파급되는 은행 위기로 확산된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더욱이 스페인의 경우 국내총생산(GDP)이 1조5000억 달러로 그리스의 5배에 달해 세계 경제와 금융시장에 미치는 충격은 예상을 초월할 것이라고 예견했다.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낸 강만수 KDB금융지주 회장 겸 산업은행장도 지난 5일 "현재 세계경제 위기는 대공황 때보다 더 큰 위기"라고 진단했다. 그는 1929년 대공황은 제조업 펀더멘탈에는 별 문제가 없었는데 금융시장이 투기 등으로 혼란해져서 발생한 일이지만 지금은 펀더멘탈이 문제인 상황이기 때문에 앞으로 경제가 10년 이상 어려울 수 있다고 예측했다.

 

실제 회복세를 보였던 미국경제는 지난 5월 실업률이 8.2%를 기록하면서 우리나라를 비롯 글로벌 증시에 폭락사태를 불러일으켰다. 유럽에선 그리스와 스페인 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나라의 경제지표가 적신호를 나타내고 있다. 영국과 독일의 지난 5월 구매관리자지수(PMI)는 2009년 3월 이후 최저를 기록했고 유로존 전체 17개국의 4월 실업률은 평균 11%로 1995년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로 치솟았다. 세계 경제를 이끌었던 브릭스(BRICs·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의 경제지표도 상승추세가 꺾이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정확히 예언했던 누리엘 루비니(Roubini) 미 뉴욕대 교수는 지난해 6월 "2013년 이전에 세계 경제에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이 닥쳐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퍼펙트 스톰은 둘 이상의 폭풍이 충돌하여 그 영향력이 폭발적으로 커지는 현상으로, 경제 분야에서는 한꺼번에 악재가 겹쳐 최악의 상황이 도래한다는 의미로 쓰인다.

 

정부나 기업 가계 모두 유비무환(有備無患)의 지혜가 필요한 때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