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댁이 풀어놓는 무주 사는 이야기 이선옥 시인 '내 안에 가시 하나'

'저노무 산이 터억 막혀서 사는 일이 늘 답답한 것이여 / 불도저로 몇 날 팍 까라뭉개면 속이 시원허게 자빠질랑가 / 햐, 어림 반 푼어치도 없는 소리 말어 몇 달은 걸리것는디 / 아따 그 양반 산이 얼매나 짚은디 몇 달이 뭐여 /불도자 서너대로 쫘악 밀면 족히 일 년은 넘을 것이네/('포내리 사람들 4'중) 무주군에 둥지를 튼 '대구댁' 이선옥 시인의 전라도 사투리로 된 시어가 정겹다. 무주 사람이 다 된 듯 시인은 적상산 산자락'포내리 사람들'이란 연작을 통해 이웃의 이야기들을 구수하게 풀어놓았다. 단순한 삶의 이야기 아닌, 농촌 사람들의 정겨움과 아픔, 애환, 사회의 부조리를 자연스럽게 이야기 한다.

 

이 시인의 시집'내 안에 가시 하나'(도서출판 두엄)는 포내리 사람들을 포함해'적상산''새벽''길' 등 연작시로 구성된 게 특징. '누가 그리워 목이 저리도 길었나''영혼의 뿌리같이 내리리라''참 쓸쓸한 노래 한 자라''다 헤어지지 못한 이별 한 쪽'등의 부제를 달고 5부로 구성됐다.

 

"시인의 시편들에서 유난히 눈을 끄는 단어가 '길'이다. '잡힐 듯 하면서도 잡히지 않는 꿈길''아낌 없이 나를 버랴야만 비로소 이를 수 있는 길''어디에도 없는 가는 길'등이 보여주듯 시인은 끊임없이 길 위에 선다. 그 길은 잘 닦인 포장도로가 아니다."

 

복효근 시인은 시평을 통해 "이 시인이 외로운 길 찾기를 통해 이르고자 하는 세계가 '너'로 표상되며, 그 '너'는 끊임없이 변해가는 것 속에 휘말려 자신의 존재를 잃어버린 현대인에게 항상 마음에 간직할 그 무엇이다"고 분석했다.

 

1994년 '창조문학'으로 등단했으며, 현재 무주작가회의, 한국작가회의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시문집 '아직도 사랑은 가장 눈부신 것'과 '겨울새가 젖은 날개로 날아와 앉았다' 등 공저 시집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