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병자호란으로 소현세자와 봉림대군 두 왕세자를 청나라에 볼모로 보낸 인조대왕이 두 왕자의 무사환국과 국란의 아픔을 부처님의 가호로써 치유하고자 대대적으로 중창한 호국원찰이기도 한 송광사는 역사의 아픔을 치유하기 위한 사찰답게 나라에 큰 일이 있을 때면 대웅전에 모신 불상이 땀과 눈물을 흘리는 이적을 드러내고 있는 곳이다
보물 제1243호로 1857년에 중건된 대웅전에는 주악도가 11점이 등장한다. 이 대웅전 천장을 올려다보노라면 문득 하늘이 된다. 불교의 천국에서 허공을 날며 악기를 연주하고 춤추면서 꽃을 뿌려 부처님을 공양하는 천인들은 양 팔에 '표대' 혹은 '박대'라고 하는 넓고 긴 띠를 두르고 있기 때문이다. 바람따라 허공에 휘감기고 흩날리는 이 표대를 눈으로 따라가면 음악이 정말 들리는 듯 하다. 음악의 시각적 표현이 천장의 주악도에서 절정을 이룬다.
대웅전 천장에 목판 5에서 7장을 붙여 그 위에 채색을 한 주악비천이 마치 오늘날 연주자 모습처럼 사실적이다. 주악비천도는 전면에 7점과 좌우 천장에 각 2점씩 총 11점을 그렸는데, 각기 다른 모습의 비천들이 공양을 올리는 모습을 담았다. 이들 비천의 모습이 독특한데, 비파를 타는 모습, 횡적 부는 모습, 장고춤을 추는 모습, 승무를 추는 모습, 북을 치는 모습, 바라춤을 추는 모습, 칼춤을 추는 모습 등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다.
더욱이 이 회화에 빚어진 작품들은 의상도 지극히 단조로운 형태로 극사실적인 묘사가 돋보인다. 표현에 있어서도 매우 가늘고 가벼운 철선을 사용하였는데 운필은 빠르고 날렵하게 처리되어 화공의 실질적인 모습도 안겨준다.
그런 만큼 당대 음악사회에서 전개되었던 악기는 물론 동시대에 펼쳐졌던 무용세계도 세밀하게 그려 놓음으로써 극사실적인 예술성을 담았다.
특히 바라춤과 승무 그림과 같은 불교적 요소와 무당춤, 무속 장구 등과 같은 무속적 요소, 그리고 소리북, 횡적 연주 그림 같은 민화적 요소 등이 동시에 표현되어 있다. 따라서 이 그림은 천상의 세계와 현실세계, 또한 불교적 요소와 토속 신앙적 요소 및 종교적 요소와 중생적 요소들이 적절히 조화되어 있는 이형집하적인 성격의 회화작품이다.
그동안 주악도상을 놓고 학계는 실질적인 연주성을 앞세워 그 시대의 음악세계를 표출했다는 점과 상징적인 의미로만 상론해 상상의 악기로 구분되어 왔다. 그러나 이 작품에서 알 수 있듯이 각종 악기와 무용적인 모습은 동시대에 풍부하게 전개되어왔던 문화상을 또렷하고 실질적으로 보여준다. /전북도문화재전문위원·한별고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