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설 활용 문화콘텐츠 개발 어떻게…인류 보편적 가치 찾아내 전세계 알리는 작업 필요

테마파크 만들고 축제 연다고 기록·무형유산 관광자원 안돼 장기적인 안목으로 접근해야

▲ 콩쥐가 넘나들었다 해서 붙여진 완주군 이서면 두월천.
▲ 콩쥐의 아버지 최만춘이 살았다는 구암리 들녘, 과거에는 대섶들 또는 묵은들로 불리웠다.

 

▲ 콩쥐가 빨래를 했다는 빨래바위(넓적 바위). 현재 앵곡마을로 옮겨졌다.

우리나라를 배경으로 설정된 고소설 중 현재 그 배경지가 주목받고 있는 작품으로 '홍길동전', '허생전', '배비장전', '춘향전', '흥부전', '심청전' 등이 있다. 지방자치단체들의 새로운 관심으로 떠오른 고소설의 배경지 고증은 바로 지역문화정체성에 기반을 둔 지역문화축제 또는 이것과 연관된 문화콘텐츠 산업의 새로운 아이템 찾기와 맞물려 있다. 누구나 다 알고 있는 고소설 주인공의 지역 연고성을 확보한다는 것은 지역문화의 정체성을 더욱 공고히 하고, 성공적인 문화관광을 이끌어 낼 수 있기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는 효과가 있다.

 

이에 전라북도의 각 지방자치단체들 또한 이러한 맥락에 여느 지자체와 마찬가지로 고소설의 배경지를 활용한 문화콘텐츠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각 지방자치단체간의 과도한 경쟁은 또 다른 불씨를 만들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고소설 '홍길동전'의 지역연고성 문제로 대립하고 있는 강원도 강릉시와 전남 장성군의 경우다. 작가 허균의 출생지인 강릉시와 '홍길동전'의 실존인물 홍길동의 생가인 장성군 사이의 마스코트 특허권 및 캐릭터 상표권 분쟁으로 이어졌다. 결국 홍길동 컨셉의 문화적 전략 추진에 뒤쳐진 강릉시가 시의 상징으로 사용해오던 홍길동 마스코트 사용을 중단함으로써 장성군이 고소설 '홍길동'을 차지하게 된다.

 

이와 비슷한 사례가 전북에서도 일어났다. 전북 완주군과 김제시 간에 벌어지고 있는 '콩쥐팥쥐전'을 둘러싼 지역 간 연고권 분쟁이 그것이다. '콩쥐팥쥐전'에 배경지를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현재 논쟁은 강릉과 장성군의 경우와 다른 행정구역상의 문제이다. 현재 완주군이 콩쥐팥쥐동화마을 개발을 위한 2차 용역이 발주되고 등장 캐릭터개발과 저작권, 문자등 115건을 특허청에 등록함으로서 좀 더 유리한 고지에 있다. 김제시 또한 콩쥐팥쥐전의 연고성에 대한 근거를 주장하고 있다. 이견이 첨예화되자 완주군은 지명과 역사적 고증, 주민들의 증언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김제와 완주의 접경지역을 공동으로 캐릭터로 개발하는 방안도 강구하겠다면서 한발 물러섰다.

 

문제는 이후의 문제이다. 지역 전통소재의 예술, 자연, 역사 등의 문화자원을 캐릭터상품으로 개발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콩쥐팥쥐전'의 캐릭터 선점과 저작권, 상표권 등록만이 지역특성화 전략의 결과로 받아들이고 테마파크 조성 등 전시성 문화콘텐츠 건립에만 선전하려는 발상은 한계가 있다.

 

'디즈니랜드는 실제 미국이 디즈니랜드라는 사실을 감추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프랑스 철학가 장보드리야르가 말한 '시뮬라시옹', 즉 실재로부터 멀어진 이미지가 현실을 압도하고 있는 사례를 언급한 대표적인 문구처럼 오늘날은 이미지와 미디어의 시대임이 확실하다. 그의 불안한 예측은 오늘날, 수많은 미디어가 현실을 압도하며 진일보하는데 더욱 기여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 그리하여 '애플'(Apple)하면 사과 대신 아이폰이 떠오르는 이미지 전략의 시대가 됐다.

 

그리하여 캐릭터 상품화 방안과 전략이 모든 지자체 핵심 비용으로 소모된다. 어느 지방자치단체이건, 지역축제이건 캐릭터 상품화 개발은 수많은 비용을 들이지만, 지역특산품과 연계한 상품화 방안일 경우를 제외하고 고소설의 배경지를 중심으로 캐릭터 디자인과 상품화 전략으로 성공한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고소설의 배경지로 문화콘텐츠의 아이템을 찾는 데는 다른 시각의 필요하다는 것이다. 고소설 '콩쥐팥쥐'의 행정구역간의 표면적인 갈등보다 전북의 지자체가 함께 기록유산·무형유산의 문화콘텐츠에 대한 새로운 대안과 전략의 궤도 수정에 힘을 기울이는 게 더욱 건설적이지 않을까.

 

'2012 전북방문의 해' 선포와 함께 전라북도 각 지자체들은 지역의 새로운 문화콘텐츠를 개발하고 유치하기 위해 또다시 노력하고 있다. 이를 통해 관광산업발전과 지자체의 경쟁력 강화를 한 목소리로 외치고 있지만, 정작 내용과 형식이 '거기서 거기'인 이유는 무엇일까.

 

▲ "조선 이조 중엽 시절에 전라도 전주 서문 밖 30리 쯤 되는 곳에 한 퇴리가 있으니, 성명은 최만춘이라 하였다…"로 시작하는 고소설 콩쥐팥쥐전.

이 의문은 콩쥐팥쥐의 발원지에서도 찾을 수 있을 듯하다. 즉, 물질적인 원형이 존재하지 않는 문화콘텐츠에 대해 지자체든, 축제프로그래머이든, 문화예술관련 종사자든 어떤 시각을 가지고 바라보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콩쥐팥쥐는 인류가 함께 공유하고 정서 속에 존재하는 원형의 가치를 지니고 있는 보물이다. 아울러 우리나라 남녀노소 다 알고 있는 그 유명한 콩쥐팥쥐이야기이며, 전 세계가 함께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는 신데렐라버전의 하나이다. 향후 기록유산의 활용을 위한 새로운 연구와 아이디어, 인류 보편적 시각의 정서를 담아 낼 수 있는 그 무엇을 찾을 때 비로소 콩쥐팥쥐전과 그 배경이 되는 발원지가 전북을 대표할 수 있는 또 하나의 관광명소가 될 것이다. 또한 그 보물을 포장하기 위해 천편일률적인 테마파크를 만들 계획이거나 어느 축제와 똑같은 축제 프로그램 안에서 캐릭터와 축제로고만 새롭게 꾸미기만 해서는 안 될 일이다.

 

우리나라 남녀노소 누구다 다 알고 있는 콩쥐팥쥐전의 외형적 인지도는 껍데기에 불과하다. 남녀노소 누구나 잘 알고 있는 콩쥐팥쥐 이야기 속에 문화심리학적 의미와 전 세계의 신데렐라 버전으로 존재하는 내재된 인류의 보편성을 가치를 가만히 들여다보는 시간이 길어지기를 희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