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교육의 학력저하, 이대로는 안된다

이승우 전북교총 회장·군장대 총장

 

6월 13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발표한 201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분석결과는, 전북교육이 수능점수 조사가 시작된 2005년 이래 8년 연속 전국 최하위를 기록하더니, 올해는 수리가 영역에서 전국 꼴찌를 기록하고야 말았다. 전북 교육의 학력이 전국하위권을 맴돌기는 했지만, 그래도 이 지경에 이를 정도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언어, 수리, 외국어 전 영역에서 전년보다 표준점수가 떨어졌고 특히 수리 가 영역에서 급기야 꼴찌를 하는 전북교육의 망신살이 제대로 드러나고 만 것이다.

 

어느 지역보다 가르침과 배움이 탁월하여 교육의 도시이며 예향의 고장이었던 우리 전북에 대한 긍지와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그런 긍지와 자부심을 갖기에는 우리 전북교육은 이제 자랑스럽던 교육의 토대도 무너지고 전국 최하위 학력이라는 기록적인 불명예를 갖게 되었다. 무엇이 우리 전북교육을 이토록 피폐하게 만들었을까.

 

설마 설마하면서도 열악한 경제적 여건 속에서도 자녀를 학교에다 학원에다 과외다 내몰며 누가 뭐래도 우리 자녀들을 교육시켜 놓고 보겠다며 허리띠를 졸라맸던 학부모들 입장에선 이번 201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분석결과가 청천벽력 같은 일이다.

 

자녀를 공부시킬 때 학부모들이 가장 염두에 두는 일은 내 자녀들이 좋은 상급학교에 진학해야한다는 기대이다. 부모들의 자녀에 대한 과잉기대는 우선 눈앞의 성과만 봐야 하는 조급함 때문에 기능적 방편으로 학원이나 과외에 의지한다. 당장의 성과가 있는 것처럼은 보이나 수학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기초학습능력 향상이 되어 있지 않아 종합적 수학능력을 평가 하는데서는 능력이 발휘되지 못한다. 그런데 그 불신은 학교교육으로 되돌아온다.

 

학원과 과외공부에서 기능적 방편으로 훈련된 학생들과 그 짧은 단맛에 익숙한 학부모들은 학교 공부를 소홀하게 하고 학교의 교육을 무시해버린다. 그러니 공교육이 제대로 될 리 없다. 이런 악순환이 계속되다 보니 이제 학교의 교육에서도 실제적으로는 학생들의 학습을 사교육에 의탁하고 있는 실정이 전북교육의 현 주소이며 풍토이다.

 

학원과 과외에 몰입하여 익숙해진 학생들은 학교의 교육내용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학교선생님은 안중에도 없다. 수업시간에 조는 학생을 나무라는 선생님한테는 대들어도 학원 강사나 과외 강사가 매를 때려도 고분고분하다는 이러한 현실을 어떻게 교육적으로 설명해야 할 것인가. 공교육이 무너지고 있는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학교교육의 내용에 관심이 없고 선생님을 무시하고서야 공교육이 바로 설 리가 없다. 공교육이 무너지면 기초학력이 신장될 수 없다. 기초학력이 갖춰지지 않으면 수학능력은 저하된다. 그런 상황에서 이곳저곳 학원에 다닌들 밤새워 과외를 한들 학력이 신장 될 리는 만무하다. 수도권 지역을 제외하고 전국에서 사교육 시장이 제일 많이 형성되어 있는 우리 전북의 학력저하의 결과가 이를 반증해 주고 있다.

 

오늘, 우리 전북교육의 현실은 앞이 보이지 않는 깜깜한 암흑의 도시를 연상케 한다. 길이 어딘지 보이지 않아 우왕좌왕 하는 동안 애꿎은 우리 자녀들만 고스란히 피해를 입게 된다. 학력신장을 하려면 우선 공교육을 믿고 따라야 한다. 공교육을 통하여 기초학업능력의 토대를 다지고 수학능력을 길러야 한다. 거기에는 학교교육을 존중하고 선생님을 공경하는 풍토가 선행되어야 한다. 공교육을 살려야 한다.

 

전북교육의 학력저하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이대로는 안 된다. 이제는 과감히 문제점을 드러내놓고 치료를 해야 할 때다. 학교교육을 존중하고, 스승을 공경하는 풍토아래 우리 전북의 아들딸들이 공교육을 믿고 의지하는 전북교육의 길이 새롭게 펼쳐 나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