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클럽에서 춤을 추며 맥주를 즐겨 마시는 것이 마치 젊은이들의 특권인양 광고를 하는 맥주 회사의 상술에 기분이 상한다. 어느 맥주 회사는 판매를 극대화하기 위해 올림픽 금메달을 딴 경력이 있는 K라는 유명 피겨 스케이트 선수를 내세워 광고를 하고 있다. 그녀가 정말 그렇게 맥주를 즐겨 마시는지, 그리고 맥주를 많이 마시면 건강에 해롭고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아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국가적 영웅으로 많은 청소년들의 우상이 된 그녀가 술 광고를 찍는 이유를 쉽게 납득할 수 없다. 그녀가 현역 국가대표 선수로서의 본분은 잊은 채 식상할 정도로 많은 기존의 광고로도 모자라 요즈음에는 LPG, 커피, 술까지 닥치는 대로 광고를 찍어 돈벌이에 치중하는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느낀다.
물론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신의 명성과 인기를 이용하여 돈을 버는 것은 개인의 자유이기 때문에 우리가 비난할 수 없을지 모른다. 그렇지만 사회적인 성공과 인기를 오직 돈벌이에 이용하는 그녀를 바라볼 때 씁쓸한 미소가 나오는 것은 왜일까? 그녀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만 많이 벌면 된다는 우리 사회의 획일적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유명인들을 광고에 출연시키고 소비자의 구매욕을 자극하여 제품을 많이 팔려고 하는 기업들은 이미 그 탐욕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비싼 광고 출연료는 모두 판매가에 포함되어 제품을 구입할 때 소비자들이 더 많은 돈을 지불하는 것도 억울할 따름이다. 더욱 한심한 것은 이러한 유명인들이 나와서 광고를 하면 마치 광신자들이 교주에게 무조건적인 숭배를 하듯이 그 제품을 앞 다투어 구입하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는 현실이다. 한국사회의 고질적인 획일화와 쏠림 현상은 이제 하나의 병폐로 자리매김하였다.
이러한 사회 전반적인 획일화와 쏠림 현상의 원인 중 하나는 한국인들이 TV를 많이 보고 책을 거의 읽지 않는 것과 관련이 있다.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대학진학률을 자랑하면서도 OECD 회원국 중 범죄율이나 자살률이 가장 높은 것은 사회 전반적으로 지적 성숙도가 낮기 때문이다. 대학에 가는 목적도 지식을 쌓고 학문을 연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대학을 나오지 않으면 사회적으로 차별을 당하기 때문이다. 높은 청년 실업률은 학력 인플레이션 현상의 부작용으로, 다른 선진국들과 달리 우리 사회에 지식과 문화에 대한 수요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데 그 원인이 있다.
대학 졸업장을 가진 청년들이 건설현장의 일용 노동자가 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면 우리 사회를 책 읽는 사회로 만들어야 한다. 또한 동네마다 거리마다 도서관과 문화센터를 건립하여 지적·문화적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 그러면 출판업을 비롯한 지식·문화 관련 사업에서 다양한 일자리들이 생겨나 청년 취업난이 해소되고, 우리 사회가 보다 지적으로 성숙하고 안정된 사회로 변화될 수 있다. 자연히 우리 사회의 획일화와 쏠림 현상도 줄어들 것이다.